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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바둑 수싸움하던 이가섭 눈, 이젠 이야기 담는 그릇으로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TEAMHOPE

시청률 2.8%(시청률조사 전문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8.8%로 끝났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향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나온 결과. 드라마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가섭(32)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이가섭은 생애 첫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은 물론, 마지막까지 극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지난 4일 14부로 종영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제작 히든시퀀스‧래몽래인/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이가섭은 극중 무천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의 쌍둥이 아들인 현수오와 현건오를 연기했다. 두 사람 모두 고정우의 친구. 그중 현수오는 자폐를 앓는 인물이며, 현건오는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단 죄책감에 빠진 캐릭터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이가섭은 "(드라마가) 입소문이 잘났던 것 같다. 감독님도 워낙 디테일한 연출을 하셨고 배우분들 연기 몰입감도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배우들과 함께한 카톡방에 '시청률 올랐네'라는 대화가 올라오는 등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지니 배우들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아직은 자신의 연기를 보는 게 부끄럽다고. 그럼에도 개선점을 찾기 위해 작품을 집중해 봤다는 그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모든 선배와 동료 배우들에게 (놀라움을) 느꼈어요. 권해효 선배님이 현건오를 보고 오열하는 신이 있는데 그 장면 하나로 몰입감을 선사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죠. 또 변요한 형이 심보영(장하은)의 시신을 찾았을 땐 소름이 돋더라고요. 같이 연기했고, 또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선배인데도 그 호흡이 너무 멋지더라니까요. 그런 부분들이 하나씩 모인 작품인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1인 2역에 처음 도전했다. 자폐를 앓는 현수오와 입에 술을 달고 사는 현건오는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과 말투가 전혀 다르다. 이런 쌍둥이 형제를 연기하는 데 부담도 있었을 터.

"애매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수오와 현건오는 쌍둥이지만 다른 면모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기에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죠. 감독님이 많이 디테일하신데 안경이나 의상 등 외적인 부분부터 차이를 뒀어요. 또 현수오는 고개를 살짝씩 돌리고 현건오는 항상 몸을 떠는 차이도 있어요.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보는 눈이 닮았으면서도 다르기도 했고요. 현건오는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는데, 현수오는 자기가 원하는 상황에서만 빤히 쳐다보거든요. 그 외에는 회피하고요. 이런 부분을 감독님과 얘기하고 변형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의 관계도 사뭇 달랐다. 이에 이가섭은 현건오는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자라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인물로, 현수오는 항상 아버지로부터 챙김을 받으면서 현건오에 미안한 감정이 있는 캐릭터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이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를 둬야 했다.

"아버지가 현수오와 현건오를 보는 표정이 달라요. (권해효 선배님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현건오일 땐 (아버지에게) 맞서게 되고, 현수오일 땐 회피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선배님의 눈을 보면 딱 알아서 됐다고 할까요. 호흡을 어떻게 가져가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사진 제공=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두 인물 중 표현하기 더 어려웠던 캐릭터로는 현건오를 꼽았다. 극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다른 인물들과 부딪히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반면 현수오의 자폐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걱정이 있었다.

"애매하게 표현하면 더 애매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퍼런스로 해외 드라마 '굿닥터'를 참고했어요. 주인공의 시선 위주로 서번트 증후군 쪽에서 봤던 것 같아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던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더 확실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현수오는 마지막에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희생자 박다은(한소은)의 시신을 갖고 있던 인물이 현수오였기 때문. 박다은과 심보영이 살해당하는 걸 목격한 그는 죽은 박다은을 자신의 집 온실로 데려간 뒤 눕혀 놓고 있었다. 이 모습은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연상케 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제목을 봤을 때 백설공주가 죽지 못하게 현수오가 죽음을 빼앗아 갔다고 봤어요. 아버지들이 (쓰러진) 심보영을 데리고 갔고 그 이후에 심보영이 어떻게 됐는지 생각하니까 현수오는 박다은을 지켜주고 싶었던 거죠. 아버지가 박다은을 데려가면 죽음이 성립되니 (자신이 숨겨) 죽음을 빼앗는다고 생각한 것 같았어요. 고정우가 올 때까지 박다은을 지켜준 거라고도 봤고요. 왜냐하면 (현수오 입장에서) 고정우는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본 것 같거든요."

현수오와 달리 현건오는 중반부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진실을 토해내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거다.

"개인적으로 왜 이렇게 유약한가 싶었는데 현건오 입장에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억압 받았고, 해외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죄책감,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잖아요. 자신의 뜻대로 해본 게 없는 인생인데 뜻대로 한 건 극단적인 선택밖에 없어요. 현건오가 고구마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서사는 좋지 않았나 해요. 엔딩에 현건오와 고정우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했는지 보여주기도 하잖아요. 그만큼 의지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자신이 어떻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을 것 같아요. 현건오 서사가 풀어지니 (시청자들도) '현건오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지 않았을까요."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변요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같은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변요한과는 전작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2024)에서도 함께 했다.

"배우로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몰입감을 선사하는 부분도 그렇지만 같이 호흡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저한테 늘 자극을 주는 형이에요. 형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진짜 잘한다' 싶으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 자극을 많이 받죠. 그래서 같이 연기할 때마다 설레요. 형은 제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사진 제공=TEAMHOPE

고등학생 때까지 바둑을 하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이가섭은 2011년 영화 '복무태만'으로 데뷔한 후 '양치기들'(2016), '폭력의 씨앗'(2017) 등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드라마 '비밀의 숲2'(2020), '지리산'(2021) 등에 출연하더니 올해는 '삼식이 삼촌',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이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까지 바쁘게 달렸다. 지금이야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리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이 있을 테지만, 바둑에서 연기로 진로를 갑작스럽게 바꾼 건 그 당시 엄청난 도전 아니었을까.

"바둑에서 연기로 전공을 바꾼 건 표현을 다르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연기학원에 가니까 연기, 음악, 무용까지 다 알려주더라고요. 부모님도 (제가 연기를) 며칠 못하고 그만둘 줄 아셨는데 덜컥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붙으면서 연기를 쭉 하게 됐죠. (바둑이) 연기에 도움이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아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집중력이 없진 않은 것 같거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배우 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단 생각이 든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이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인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

"20대 때에는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땐 조급했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니 즐기면서 흥미롭게 연기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즐기기 쉽지 않긴 해요. 그래도 즐기는 마음으로 하면 다른 건 따라오지 않을까요. 지금도 즐기려고 하고 있는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또한 즐기는 동시에 치열하게 했고, 그 결과 좋은 결과까지 얻었다. 인지도도 쌓았고, 자신의 연기력도 증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동료 배우와 선배라는 '사람'을 만났고, 배우로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한 번쯤은 사극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다만 어떤 연기를 하든 최종적으로 원하는 모습은 분명하다.

"눈에 이야기가 담긴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대본이든 대본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면 좋지 않을까요. 연륜도 쌓여야 하고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봐요. 어렵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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