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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그알] 민희진, "X발 이겨야 한다"면 입증해야 할 것 4가지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뉴스1

지난달 27일 한 카드 회사 이벤트의 토크쇼 연사로 나선 민희진 어도어 전임 대표이사는 "X발, 이겨야 한다"는 격앙된 표현으로 하이브와의 분쟁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 제가 이길 거다. 왜 장담하냐면 죄가 없기 때문"이라며 향후 대응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본인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는 민 전 대표지만 모든 여론이 그에게 동조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분쟁의 시작 단계부터 제기됐으나 아직도 확실하게 답하지 못한 의문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는 하이브를 향한 민 전 대표의 무리한 요구의 까닭이다. 이 문제는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분쟁의 원인으로, 본인을 일방적 피해자라 주장하는 민 전 대표에게 남아있는 하나의 오점이다.

2019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둥지를 옮긴 민희진 전 대표는 그의 아티스트 디렉팅 역량을 높게 평가한 방시혁 의장의 깊은 신뢰로 입사 직후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이는 민 전 대표 본인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지난 15일 일본 미디어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K-POP의 새 물결을 만들 레이블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 하이브의 제안이 들어와 많은 선택지 중에 골라서 왔다. 그런 부분이 보장되지 않았으면 (하이브에) 입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본인에 대한 하이브의 신뢰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2021년 신규 레이블 어도어(ADOR)를 설립해 자신만의 레이블을 운영하고 싶다는 민 전 대표의 목표를 지원했다. 레이블 설립 초기의 적자 상태와 법인세 등으로 가중될 수 있는 어도어의 부담감을 감안해 회사의 전체 지분 중 18%를 민 전 대표에게 낮은 가격으로 양도했다. 여기에 하이브는 전체의 13.5% 지분에 대해서는 특정 시점 이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 가격으로 민 전 대표의 보유분을 매수하는 풋옵션까지 추가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회사가 향후에 거둘 성과를 100% 확신하지 않는다면 절대 제안할 수 없는 파격적 조건이다.

올해 초 민 전 대표는 풋옵션에 적용되는 영업이익의 배율을 30배까지 인상하는 조정과 적용 지분의 비율을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 측은 "영업이익 30배수 적용은 추후 어도어가 제작할 계획인 보이그룹이 창출할 가치까지 반영한 내용으로 기존 주주 간 계약의 불합리한 요소를 변경하기 위한 제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특정 주체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의 권한을 바꾸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민 전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향한 공격적 메시지를 확산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본인의 행보가 돈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강조하는 민 전 대표지만 이를 완벽하게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어도어 경영권의 탈취를 준비한 내용이 담긴 '프로젝트 1945' 문건 작성의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자사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황을 내부 제보를 통해 파악했고 이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어도어 경영진과 민 전 대표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와 회사 메일에서 하이브는 '프로젝트 1945'라는 이름의 카테고리로 정리된 문서를 찾아낸다. 여기에는 부정적 여론을 부추겨서 하이브를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외부 자본을 통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확보한 후 별도 회사로 독립하는 계획의 내용들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5월 어도어의 민 전 대표 해임 논의에 대한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인정된 사실이기도 하다.

하이브가 공개한 '프로젝트 1945' 문건의 일부분.

당시 재판부는 "채권자(민희진)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를 이탈하거나, 채무자(하이브)에게 어도어 주식을 매도하도록 압박해 독립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러한 행위는 채무자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는 민희진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이사 복귀 관련 가처분 심리가 열렸다. 하이브는 법원에 직접 제출한 변론 자료에서 '프로젝트 1945' 문건의 작성자와 문건에 포함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 측은 "임직원들의 사담(私談)에 불과하며, 명백한 불법 개인 사찰"이라고 항의했다.

민 전 대표는 현재까지 일련의 기록이 남아있는 본인의 업무용 노트북을 이번 분쟁의 조사 자료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세 번째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주장의 정확한 근거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자사 걸그룹 뉴진스의 콘셉트를 표절했다고 지적하자 본인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일릿의 기획안이 뉴진스의 기획안과 완벽하게 같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들은 뉴진스의 강성 팬덤 커뮤니티 혹은 유튜브 렉카 채널들에서 언론 기사를 재가공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표절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제시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네 번째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사건 무마 관련 의혹이다.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을 이유로 퇴사한 어도어 전(前) 임직원 B 씨는 지난 8월 민 전 대표와 어도어의 전 부대표 A 씨를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민 전 대표는 개인 SNS에 공개한 방대한 분량의 메신저 대화록으로 본인이 사내 문제를 해결한 중재자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민 전 대표가 사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을 은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그동안 입었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토크쇼에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대립에 대해 "돈 있는 사람이 이기지 않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말로 그러고자 한다면 본인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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