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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금융+] "당행은 늦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10만명 대상 CBDC 실거래 테스트 내년으로 연기
국내 은행 6곳 테스트 참여 예정
NH농협은행 "그룹 차원 디지털·블록체인에 공들여야"
임태성 기자

지난달 12일 NH농협은행 홈페이지에 게시된 긴급 입찰 공고문./자료=NH농협은행

#1. 지난달 12일 NH농협은행은 자사 홈페이지에 긴급 입찰 공고문을 게시했습니다. 한국은행과 추진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대응 시스템 구축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업 예산은 24억원 이내이며 내년 6월까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은행 중 하나입니다. 올해 초 디지털전략사업부 아래 블록체인팀을 편성해 CBDC와 토큰증권(STO) 발행 등 관련 신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습니다. LG CNS와 손을 잡고 CBDC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사진=한국은행

#2. CBDC란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말합니다. 흔히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발행 가상자산과 비교하곤 하는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 통화라는 점에서 지위와 안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65개국이 CBDC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24일 한국은행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함께 CBDC 활용성 테스트 세부 추진 계획 공동 기자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며 내년도 12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담은 예금 토큰을 발행하면 일반인 참여자들이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는 데 토큰을 사용해 보고, 사용처(가맹점)에서는 은행에 대금을 받는 일련의 상거래 과정을 실험해 보는 것입니다. 당시 계획으론 참여 은행들이 올해 3분기 내로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9~10월 중에 일반인 테스트 신청자를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바우처 기능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 구성(예시)./자료=한국은행

#3. 이번 CBDC 실거래 테스트에는 6개 국내 은행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셈입니다.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가상자산 수탁 경험이 많지 않은 여타 은행들은 참여를 고사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4월19일자 기사<[단독] 한국은행 CBDC 실거래 테스트에 인뱅은 빠져> 참조.

대부분 은행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준비를 마쳤습니다.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하는 한 은행의 관계자는 "당행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고 현재는 인프라 구성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 역시 "은행 중 가장 먼저 CBDC 사업에 대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한국은행이 제시한 일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참여 은행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실거래 테스트 일반인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은 함흥차사입니다. 아마 지금 상황대로라면 10만명 대상 실거래 테스트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하는 '모든' 은행이 준비를 마친 후에야 한꺼번에 시행할 수 있다"며 "일부 은행이 준비를 완료했다 한들 다른 은행을 두고 추진할 수는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일부 은행에서는 준비가 더딘 상황이라는 겁니다.

NH농협은행 본점./ 사진=NH농협은행

#4.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른 은행들은 만반의 준비가 끝나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서를 냈을 무렵, NH농협은행은 그제야 부리나케 긴급 입찰 공고를 올렸습니다. CBDC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던 평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NH농협은행은 늦어지게 된 것일까요.

NH농협은행은 은행·상호 디지털금융 전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환 프로젝트'를 내년 설 연휴 오픈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NH농협그룹의 디지털금융 전환의 마지막 단계로 점치는 내부 역점 사업 중 하나입니다.

전사적으로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개편하는 도전에는 박수쳐주고 응원해줄 일입니다. 다만, 타 은행도 함께 나서는 국가적 사업에서 나홀로 계획을 맞추지 못한 점은 의문입니다. 한두 달 전에 "만들어 내라"라며 압박을 한 상황도 아닐 뿐더러 어느 금융기관보다 CBDC에 대한 경험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흡사 "깜빡한 게 아닐까"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실제로 실거래 테스트에 참여하는 한 은행의 관계자는 "저희는 준비가 끝났는데 어떤 곳 때문에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핀잔 섞인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테스트 지연에 대해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CBDC 프로젝트도 중요하나, 해당(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환) 프로젝트가 워낙 대규모 사업이라 안정적 이행을 위해 해당 프로젝트의 오픈 시점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일정 조정에 대한 부분과 타행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는 바는 아니나 당행에서 확인해드리기 어렵습니다. 당행도 늦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지난달 26일 NH농협은행의 답변서 일부 발췌./자료=머니투데이방송(MTN)



임태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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