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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덜 떼고 더 주는' 두산 수정안…주주 마음 돌릴까

왜 금감원이 제시한 평가법 사용 안 했을까?
나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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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 수정안을 다시 내놨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이하 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이하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이하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보내는 건 변함없지만 에너빌리티 주주에 대한 보상은 한층 개선됐습니다. 동시에 당초 계획했던 로보틱스와 밥캣 일반주주간 주식교환은 잠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수정된 사업 구조개편이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에너빌리티, 로보틱스에 덜 떼주고 많이 받는 구조

에너빌리티는 가장 먼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합니다(인적분할). 기존 에너빌리티가 보유했던 밥캣 지분 46%는 투자회사가 가져갑니다. 투자회사는 사업없이 밥캣 지분만 갖습니다. 분할비율은 사업회사(기존 에너빌리티로 보면 됨) 0.88 대 투자회사가 0.12입니다.

애초의 분할안에서는 투자회사 분할비율이 0.24였죠. 이번에 0.12로 낮아진 겁니다. 에너빌리티는 투자회사를 떼낸 뒤 곧바로 로보틱스에 합병시킬 계획입니다. 비유하자면, 에너빌리티라는 큰 빵이 있었는데 로보틱스에 24%만큼을 떼 주기로 했다가 12%만 떼 주는 걸로 바꾼 거죠. 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남은 빵은 76%에서 88%로 증가하는 겁니다.

이제 문제는 빵의 일부분을 떼주는 대신 받게 될 보상(로보틱스 신주)의 크기가 되겠죠.

이렇게 분할비율이 조정된 건 분할기준이 변경되면서입니다. 당초 재무제표상 순자산으로 분할 비율을 정했다면 수정된 개편안에 그 기준을 주가(기준시가)로 변경한 겁니다.

'에너빌리티 투자회사는 비상장사인데 어떻게 시가를 기준으로 삼지?'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투자회사는 밥캣 주식 46%만 보유하고 있죠. 사실상 밥캣만 품고 있을 뿐 자체 사업은 없는 껍데기 회사인 셈이죠.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밥캣의 시가를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기준밥캣 지분 46%의 가치에서 투자회사로 이전되는 부채(약 7312억원)를 차감조정해주면 최종 분할비율은 사업회사 0.88대 투자회사 0.12가 됩니다.

■금감원이 제시한 평가법 대신… 시가에 프리미엄

분할 투자회사는 로보틱스에 합병됩니다. 밥캣이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는 것이죠. 로보틱스와 투자회사간 합병 비율은 1대 0.043로 결정됐습니다. 기존 1대 0.031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죠. 에너빌리티 10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사업회사 주식 88주, 로보틱스 4주를 받습니다. 기존 안에서는 사업회사 76주, 투자회사 3주를 받은 것이었으니 각각 12주와 1주를 더 받는 것이죠.

지난 7월 사업구조재편 발표 당시 논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에너빌리티 투자회사와 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이었습니다. 투자회사의 몸값이 비싸진 건 밥캣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43.7%)이 붙은 영향인데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176조의 5)에 따르면 상장사(로보틱스)와 비상장사(에너빌리티 투자회사)가 합병할 경우, 상장사는 최근 한달간 주가 평균치로 주당합병가치를 구하죠. 비상장사는 주가가 없으니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출하여 1대1.5 비율로 가중평균한 값을 주당합병가치로 간주합니다.

그간 문제는 에너빌리티 투자회사의 수익가치였습니다. 앞서 언급했 듯 투자회사는 밥캣 지분 46%만 보유했을 뿐 다른 기업처럼 사업 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아니므로 수익가치를 산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초 에너빌리티가 투자회사의 수익가치로 선택한 것은 밥캣 지분 46%의 시가였습니다. 밥캣의 최근 한달치 주가흐름으로 수익가치를 산출한 거죠. 그런데 이번에 수정안을 마련하면서는 주가(기준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46.7%를 반영했습니다. 밥캣의 몸값을 높게 쳐준거죠. 아래 표는 지난 21일 에너빌리티의 회사분할합병결정 정정 보고서에 기재된 산출 과정입니다.

금감원은 당초 에너빌리티 투자회사의 수익가치를 문제 삼은 바 있습니다. 저평가 된 밥캣 주가를 수익가치로 삼을 경우, 투자회사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면서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배당할인법 등을 통해 수익가치를 재산정하라고 권고했죠. 현금흐름할인은 미래에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을, 배당할인모형은 미래에 받을 배당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에도 두산은 결국 밥캣의 시가를 선택했습니다.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4개의 회계 법인에 현금흐름할인(DCF), 배당할인모형(DDM)을 기준으로 수익가치 산정을 요청했지만 밥캣의 시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회계법인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배당할인모형이나 현금흐름모형 둘 다 미래에 발생할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만큼 정확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금감원이 두산 사업구조 개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회계법인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두산이 넘어야 할 3고 파도…'금감원, 주총, 행동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닙니다.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이 완료되기 위해선 3가지 파도를 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금감원이 권고한 평가법이 아닌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만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표가 공식발표까지 했다는 것은 금감원과 어느 정도 긴밀한 협의를 했다는 신호'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듯 보입니다.

두번째는 임시주총입니다. 회사의 분할은 주총을 열고 특별 결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2 출석, 출석 주주의 3분의1 찬성을 얻어야 하는 건데요. '에너빌리티 주식을 덜 떼고 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는' 수정안이 주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가 관건입니다. 동시에 에너빌리티 지분 6.98%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변수입니다.

마지막으로 밥캣 지분 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밥캣은 "향후 1년 내 추진할 계획은 없고 향후 주주, 시장 의견을 보고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고 있죠.

두산그룹은 기자 간담회에서 주주와의 소통을 거듭 사과하면서도 사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박상현 에너빌리티 사장은 "개편 과정에서 주주 분들과 충분히 소통했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번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3사 모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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