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 근본 훼손' 금감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어떻게 달라질까

[앵커멘트]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집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개매수에 이은 유상증자 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입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적지않은 차질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최상현 기자입니다.

[기사내용]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20%에 해당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150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지만, 소각을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2조5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사례는 고려아연이 처음입니다.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면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와 KCC의 경영권 분쟁이 있습니다. 당시 현정은 회장은 KCC가 지분 20%를 장내매집하자, 발행 주식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을 유증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시도는 KCC 측의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인용되면서 무산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경영권 분쟁 양상에 많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 "상장회사의 경영권 분쟁 및 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드러난 주주이익 훼손 우려 사항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 데에 깊이 공감하고…"]

고려아연은 새 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합니다. 그러면 지분 차이가 3%포인트 열세에서 0.5%포인트 우세로 역전됩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까지 동원한 양상인데, 공정한 경쟁에 위반된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2009년 판결에서 경영권 분쟁시 3자배정 증자의 경우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며 제동을 건 바 있습니다.

공개매수 일주일 후 공시된 유상증자를 이사회가 인지했는지도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습니다.

알고도 숨겼다면 '속임수(위계)에 의한 불공정거래'에 해당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명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우리사주 배정을 고수할 지, 나아가 유상증자를 강행할지도 주목됩니다.

최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