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티빙-웨이브 합병... 시너지 효과 클까
양사, 합병 통해 몸집 키우고 실적 개선 노려독점 방영 콘텐츠↓.. 글로벌 영향력 한계 지적
이명재 기자
토종 OTT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연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사 주요 주주로 통신사, 지상파 3사, 플랫폼 기업 네이버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각사별 입장차가 여전해 한목소리를 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유료방송업계에 의하면 웨이브 주요 주주인 KBS, MBC, SBS가 합병 합의안을 도출했고 티빙 지분 13.5%를 보유 중인 KT가 합병안을 검토 중이다.
KT가 합병안을 찬성하면 티빙과 웨이브는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합병을 실시하게 된다. 신설 합병법인이 기존 웨이브가 상환해야 할 2000억 규모의 CB를 대신 상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합병을 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처럼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통합 플랫폼에 제작비를 집중 투입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질좋은 콘텐츠를 대거 만든 뒤 판매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구독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지금처럼 2개의 OTT를 각각 사용할 경우 이용료가 이중으로 들었지만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하나의 구독료로 다양한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용자는 방대한 지상파3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CJ ENM·tvN·JTBC 인기 콘텐츠, 야구 등 스포츠 중계까지 시청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새로 체결했는데 웨이브에 독점 방영되는 신규 콘텐츠 수가 기존보다 줄어들었다. 기존에 웨이브 독점 콘텐츠가 4~5개였다면 앞으로는 2~3개로 책정되면서 합병법인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독보적인 1위 사업자 넷플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대작 콘텐츠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티빙-웨이브 동맹이 이에 맞설만한 화제작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낼지 미지수다. 토종 OTT 플랫폼의 글로벌 영향력 한계도 단점으로 꼽힌다.
통합 OTT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주주들이 많다는 점에서 글로벌 진출, 수익분배 등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입장차가 생길 수 있고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기업간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 티빙이 합친 다음 해외에 진출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수익을 가져갈 생각을 하는 것 같다"라며 "국내 시장만 봐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