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피플] '청설' 노윤서, 홍경이 유독 귀여웠던 순간에 대해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MAA |
손예진, 수지의 뒤를 잇는 새로운 국민 첫사랑이 탄생했다. 노윤서(24)의 해맑은 미소와 풋풋한 에너지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6일 개봉한 '청설'(감독 조선호/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제작 무비락)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노윤서는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을 서포트하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생활력 넘치는 여름을 연기했다. 가을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동생을 서포트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여름은 우연히 시작된 용준과의 관계에서 설렘을 느끼는 동시에 본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개봉 전 만난 노윤서는 "처음에는 스크린 데뷔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몇 개월간 수어 연습하고 자연스럽게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까 (부담을) 잊었다. 촬영에 집중해서 막중한 책임감 같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만 원작 영화가 워낙 사랑을 받은 만큼 원작과 비교될까 고민스러운 지점도 분명 있었을 것. 원작과 차별화도 신경 쓰일 법한 부분이었다.
"일단 원작이 너무 좋았는데 원작처럼 저희 영화도 여운 깊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작도 울림이 깊잖아요. 저희도 그런 울림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차별화보단 배경이 한국이다 보니까 배경에서 오는 차이도 있고, 또 사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달라질 거라고 봤어요. 원작은 통통 튀고 발랄한 코믹적 요소가 강조된 반면 저희 영화는 보다 서정적이고 각 인물의 서사를 더 깊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여름은 K장녀로서 책임감이 엄청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인 동생 가을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뒤로 하고 가을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들이 청각장애인이었기에 여름으로서는 큰딸로서, 언니로서 짊어지려는 책임감이 더 컸던 거다.
"그 부분이 여름을 연기하면서 생각한 포인트인데 저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차별 어린 시선도 당연히 겪었을 거고, 가족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방어기제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죠. 그래서 새로운 관계에서 조심스럽고 방어적인 반면 가족 안으로는 책임감이 강하고요. 용준에게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고 보고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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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가 여름을 연기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한 이 시대의 청춘이 보였기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노윤서 스스로도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했지만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인 연기를 하게 되면서 꿈에 대한 고민을 해온 입장에서 여름에 공감도 쉬웠다.
"꿈이 명확한 가을을 보고 챙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여름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가을을 챙기는 건가 보다' 생각해서 챙긴 것 같아요. 여름이 삶의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해야 가을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서로 윈윈하는 이상적인 자매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관계 정의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여름이 자기의 꿈을 얼른 찾았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청각장애를 소재로 하는 만큼 촬영에 들어가기 약 3개월 전부터 수어를 배웠다는 그는 이 과정이 소중했다고 돌아봤다. 촬영장에서 김민주와 은어처럼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했다며 밝게 웃었다.
"새 언어를 배우는 거다 보니까 부담감을 안고 갔는데 가나다라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대본 대사부터 익히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쉬웠던 게 반복되는 대사는 기억이 잘 나더라고요. 또 거기에서 가지를 쳐서 (다른 대사를) 배우니까 기억하기 쉬웠어요. 직관적인 수어도 있고 재밌는 수어가 많아서 즐기면서 배운 것 같아요. 수어가 표정이 굉장히 중요해서 표정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면서 거울로 수어 동작과 표정을 같이 보면서 연습했어요. 음성 대사가 없다 보니까 몸으로 뉘앙스가 뿜어나오거든요. 그런 부분이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로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는 그는 자신은 여름처럼 동생을 잘 챙겨주는 편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7살 차이 나는 동생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애정이 뚝뚝 묻어 나왔다.
"동생이 혼자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밥 챙겨주는 정도랄까요. 그래도 어릴 땐 동생 기저귀도 많이 갈아봤어요. 동생이 있다 보니까 (언니로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친언니랑의 관계도 생각해 봤고요. 언니랑 3살 차이가 나는데 현실 자매예요. '언니는 자기 옷 입지 말라놓고 내 옷 왜 입어'라며 싸우다가도 저녁 되면 사이좋게 쇼핑하러 가기도 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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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남매 앞에서는 한없이 평범하다면 촬영장에서는 홍경, 김민주에게 어떤 동료 배우였을까. 앞서 홍경은 노윤서에 대해 리더십이 많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윤서는 고개를 저으며 모두가 MBTI I(내향적인) 성향이 강해 자신이 그나마 리더십이 있는 것처럼 보인 거라고 해명하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함께 한 배우들을 향한 극찬은 끊이지 않았다.
"저는 홍경 배우님의 전작들을 거의 다 봤었어요. 너무 좋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용준은 통통 튀고 발랄한 캐릭터잖아요. 전작에서는 (홍경이)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서 상상만 했는데, 막상 연기하는 걸 보니까 땅에 착 붙어 있는 오빠만의 용준을 연기하는 모습을 봤죠. 그 와중에도 여름에 빠져드는 용준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귀여웠고요. 제가 예상했던 용준이 아니라 새로운 용준을 만들어낸 것 같아서 정말 특색 있는 대단한 배우라 생각했어요.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이었어요."
김민주에 대해서도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 자매 호흡을 맞춘 데 김민주의 도움이 컸다며 공을 돌렸다.
"제가 데뷔하기 전부터 (김민주가) 활동하고 있었잖아요. 어찌 보면 저보다 선배인데 성숙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반면에 저는 학생 역할을 많이 해왔어서 '언니 동생 역할로 나오는 게 설득력 있어야 할 텐데' 싶었죠. 그런데 만나보니까 민낯에 가까운 말간 얼굴이었는데 예쁘고 아기 같더라고요. 또 수어 연습을 같이하면서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친동생 같아졌어요. 자매 케미스트리가 잘 나온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노윤서는 '청설'을 찍으면서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한테 예쁜 말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생각해 보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는 그는 특히 수어를 얻었다는 사실이 가장 보람찼다고 돌아봤다.
"수어가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고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큰 재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팀과 저녁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 (청각장애인 배우) 이소별 배우님이 계셨거든요. 제가 수어로 얘기를 조금 하니까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너무 신기하고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서로 신기해했는데 그런 순간이 특별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풋풋한 첫사랑 소녀로 완벽하게 거듭난 그이지만, 악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열정이 가득한 배우다.
"길게 봤을 땐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적인 면에서 제가 나온다고 하면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또 제가 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장르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제가 보여드린 모습이 많지 않더라고요. 조금만 (다른 모습을 연기)해도 새롭게 봐주시니까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