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韓경제 앞날은] 불확실성 커진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보호무역' 트럼프 IRA 후퇴·관세장벽 현실화 가능성"보편관세에 韓 타격…수출액 60조 이상 감소 전망"
대표 수출 품목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불확실성↑
박수연 기자
6일(현지시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관세 장벽을 높게 세울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의 대미 사업 전략 수정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10~20% 보편관세가 적용되면 대미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최대 20% 부과,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 이후 보편 관세 정책이 현실화 할 경우 우리나라 연간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61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교역관계를 단절하는 '디커플링'을 내세우는 트럼프의 대중국 견제 역시 국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의 연계 생산이 6%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의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이 중요한 만큼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전면 폐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 비중을 더 높이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제반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도 보편관세 10% 도입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50%)으로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은 289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 국내 자동차의 평균 판매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 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기를 공언한 만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아왔던 국내 배터리 업계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투자가 지연되면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미 미국 의회를 통해 진행한 IRA 법안을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IRA법 수정이나 해석에 변화가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전략 구상에 고심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 기회에 배터리업계는 유럽 시장에 좀 더 집중하면서 중국이 잠식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도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며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날보다 각각 0.52%, 1.13% 하락 마감했다. 특히 자동차·배터리 관련주들이 급락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전날 각각 7.02%, 3.95%, 8.26% 급락하며 이날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박수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