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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아메바 소녀들' 김도연 "애드리브 성공 짜릿함, 평생 못 잊을 것"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아이오아이'(IOI), '위키미키'(Weki Meki)까지 뭇 K-POP 팬들의 마음을 훔친 인기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며 '리틀 전지현'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도연이 이제는 영화배우의 행보를 통해 본인의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시절의 앳된 모습이 아닌 어엿한 여배우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의 진지한 눈빛에서 영화계에 또 한명의 새로운 인재가 등장한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통해 엉뚱발랄한 매력의 주인공을 연기해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배우 김도연을 인터뷰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엔터테이너로서 연기와 음악을 아우르는 외연을 계속 넓히고 싶다"며 눈빛을 밝히는 그를 보니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뭘 해도 성공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일 개봉한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감독 김민하/배급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작 ㈜26컴퍼니)은 모의고사 평균 성적 8등급의 세강여고 방송부 소녀들 4명이 우연히 '1998년 개교기념일 귀신 숨바꼭질'이 녹화된 테이프를 시청해 목숨을 건 저주의 숨바꼭질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호러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초청된 영화는 상영관의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관객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작품에서 김도연은 영화 감독을 꿈꾸는 방송부 4인방의 리더 지연을 연기했다.

김도연은 영화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영화에 대한 더 많은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천 영화제 상영 후에 열린 GV(관객과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너무 짧았어요. 관객 여러분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지금은 잊어버렸죠. 관객 여러분의 많은 의견을 저는 더 듣고 싶었거든요. 설사 따끔한 지적이 있다고 할지라도요. 그래서 일반 상영관에서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몰라요. 혹, 기회가 된다면 무대인사나 GV로 더 많은 관객 여러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사진 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도연은 김민하 감독의 출연 제안으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에 합류했다. 출연 결정에는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제가 관객 혹은 팬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점은 늘 고민이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기회가 마땅치 않았죠. 그러던 중 감독님의 제안을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저는 작품 출연을 바로 결정했어요. 우선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 제가 호러 코미디 장르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죠. '이건 꼭 해야해!'라는 생각이 든 거죠. 너무 기뻤어요."

철저히 '병맛 개그'를 지향한 영화의 웃음 코드를 마주한 김도연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심지어 그가 맡은 캐릭터인 지연에게는 '제4의 벽'을 깨고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설정도 있었다.

"귓속말의 대사를 '속닥속닥, 속닥속닥'이라고 말하거나 관객들에게 영화의 진행 단계를 설명하는 등 예상을 깨는 병맛 코드의 대사들이 이번 작품에는 정말 많았죠. 그런데 시나리오에 적힌 대사를 글로 읽는 것과 실제 연기를 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 번은 지연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찍어야 해서 저는 실제로 눈물을 흘리기 위해 감정을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왜 진짜 울려고 하시죠?'라고 하시는 거예요. 만화의 한 장면처럼 '뿌엥~'하고 우는 느낌만 내 달라고 하셔서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죠. 독특한 느낌이 강조되는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재미를 어떻게 하면 연기로 잘 살릴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걸 지켜보고 있던 감독님은 '본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재미는 그냥 따라온다'는 디렉션을 주셨고 그제서야 걱정을 덜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작품 속 깨알 같은 개그를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과학실에서 옷에 스며든 땀을 짜내 소금을 추출하는 장면은...(웃음)."

김민하 감독은 작품의 무서운 장면을 찍을 때 항상 배우들에게 직접 연기 시범을 보여줬다. 혼신의 디렉션(?)을 본 김도연은 새삼 김 감독이 대단한 연출자라고 느꼈다.

"감독님의 최고 장점은 배우들을 쉽게 이해 시키는 친절한 디렉션인 것 같아요. 배우들이 감독님의 의도를 빠르기 이해하다 보니 연기의 시간 지체가 없어 촬영 진척 속도가 상당히 빨랐어요.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의외로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어요. 모든 것이 감독님이 시나리오에서 설계한 그대로 움직였거든요. 또 감독님은 '촬영 현장 분위기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좋아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덕분에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은 현장에서 항상 웃었던 것 같아요.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작품의 분위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김도연은 발군의 감각으로 애드리브를 성공시켰고 이는 그대로 영화의 완성본에 반영됐다.

"은별(손주연)하고 현정(강신희)이 저주의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 지연이 달려 들어와 티비 화면을 가리는 장면의 원래 대사는 '너네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거 보면 안돼!'였어요. 그런데 이 부분을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 거예요. 그래서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원래 대사 대신 '어디까지 봤어...제발 안 봤다고 말해...'라고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말로 애드리브를 해 봤어요.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함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사진 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도연은 최근 연기 공부를 위해 영국 소재 한 연기 학교에 다니면서 단기 과정을 수료했다. 두 달 간의 교육 기간 동안 김도연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을 했다.

"두 달 간의 숏 코스로 영국의 연기 학교에 다녔어요. 처음에는 '해외에서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어요. 그런데 현지에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명확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할까요? 저는 항상 답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길을 골라서 걸어왔던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목표를 명확하게 세웠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찾아서 움직였어요. 그런 저에게 '정해진 답이 없는' 연기 공부는 모든 것이 신선했어요. 명확하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나만의 답을 천천히 찾는 과정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영화를 통해 제대로 정극 연기를 해 보니 정말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제가 하고 있는 게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또 약간 감을 잡았다 싶으면 바로 그게 뒤집히는 경험이 반복됐거든요. 그런데 제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 너무 어려워요. 근데 너무 재밌어요."

지난 8월 '위키미키'의 해체 이후 연기 활동에 주력해 온 김도연은 향후 음악 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놨다.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제가 연기를 좋아하는 만큼 음악도 너무 좋아해서 그 끈을 아주 놓지는 않으려고 해요.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팬 여러분에게 좋은 노래로도 제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역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연기에만 집중할 계획이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더 공부하고 부단히 연습해서 배우 김도연을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지금은 아득한 꿈 같은 일이지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싶어요!"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2회차 인생'을 살고 있는 이처럼 진지한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는 김도연에게서 차세대 연기 스타의 향기가 은은하게 묻어 났다. 연기자로서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좌우명을 공유하며 김도연은 이날의 인터뷰를 마쳤다.

"Be In The Moment(현실에 충실하라)! 영국 연기 학교의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해주시던 말이에요! 멋지지 않나요? (웃음)"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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