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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큰 손'들에 협조 요청한 금융당국…고통분담은 누구의 몫?

당국, 기관투자자에 협조 당부…국민연금에는 P-CBO 적극 매입 요청
운용 간섭한다는 '관치금융' 비판부터 증권사 '도덕적 해이' 잡음까지
고통 분담의 주체에 대한 고민 필요한 시점
김근우 기자




금융당국이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자금경색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과도한 추종 매매나 대규모 환매를 자제하고, 채권 매각이나 펀드 환매가 필요한 경우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그 시기를 분산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의 '50조원+α' 유동성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은 '큰 손' 국민연금에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적극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 P-CBO(Primary-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s)는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되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해 신용도를 높이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국이 기관투자자의 운용에 간섭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사례를 들어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회사채 신규 또는 차환 발행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새로 찍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CBO를 'P-CBO(Primary CBO)', 이미 발행된 채권을 기초로 하는 유통시장 CBO를 'S-CBO(Secondary CBO)'라고 한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기 때문에 AAA급의 우량채권으로 취급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발행된 P-CBO 5432억원 중 1200억원 가량이 미매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 경색으로 인해 매수세가 잦아든 탓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당국의 요청이 없더라도 기관투자자가 P-CBO의 높은 금리 등 좋은 조건에 매력을 느껴 전략적·전술적 자산배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미 P-CBO의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앞으로 좋은 조건으로 발행되는 P-CBO가 있다면 사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달라는 정도였을 뿐, 이미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라 공식적으로 P-CBO에 더 투자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정책에 따라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은 P-CBO 매입량을 늘리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P-CBO를 5조원 가량 사들이며 금융 시스템 안정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대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나설 수도 있지만, 과도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수익을 낸 증권사들이 이제 와서 어려워졌다고 해서 도와주자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국내 주요 기관의 투자책임자는 "금융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일부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과도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배를 불린 증권사들이 이제 와서 힘들어졌다고 국민의 혈세로 도와주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들이 당시 거둔 수익을 뱉어낼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 역시 '돈맥경화'로 인해 꽉 막힌 자금시장을 두 손 놓고 지켜볼 수 없기에 내놓은 대책들이겠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비판과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라는 잡음이 따라붙고 있다. 유동성 부족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 고통을 분담해야 할 주체에 대한 당국의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근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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