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코로나19] 화장지 사다가 쟁여두는 사람들, 이유가?

-'화장지와 마스크 원재료가 같다' 등 잘못된 정보 확산하며 불안심리 자극
-'필요한 것이 충족된 편안한 상태' 유지하고픈 군중심리가 사재기 부채질
신아름 기자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필품 사재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 마트의 매대가 텅 비었다/사진=뉴스1

#5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지연(가명, 서울) 씨는 최근 호주 한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화장지를 놓고 서로 사겠다며 '난투극'을 벌이는 영상을 본 뒤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돼서다.

김 씨는 "어서 화장지를 사서 쟁여놔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지를 바로 검색했다"며 "마스크처럼 언제 품절될지 몰라 우선 30개 들이 다섯 박스를 주문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장지는 마트 매대에 재고가 채워지기 무섭게 텅 비워지는 상황.

마스크도 아닌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와 군중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했다.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여파로 프랑스 리옹 한 슈퍼마켓 입구에 생필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AFP=뉴스1

◇잘못된 정보가 '화장지 사재기' 시발점=세계적으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화장지가 마스크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품귀현상을 빚는 마스크처럼 화장지도 재고가 곧 바닥날 것', '화장지 제조공장이 중국에 있는데 이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해 글로벌 화장지 대란이 일어날 것' 등의 루머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한 탓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루머는 잘못된 정보다. 화장지는 펄프로 만들고 마스크는 부직포 원단을 쓴다. 펄프는 목재에서, 부직포는 합성수지(플라스틱)에서 뽑아낸다. 즉, 화장지와 마스크를 만드는 원자재는 성분이 아예 다른 것이다.

둘은 생산 설비도, 공정도 다르다. 화장지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화장지 회사에서 마스크를 함께 파는 경우가 많다보니 둘 사이의 연관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화장지와 마스크는 원자재부터 만드는 설비와 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른 만큼 마스크 수급 불균형이 화장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깨끗한나라, 모나리자 등 대부분의 화장지 회사들은 현재 마스크도 함께 판매한다.

화장지 제조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고 이 공장들이 세계 화장지 공급망을 좌우한다는 것도 잘못된 루머다. 대부분 국가들은 화장지를 자체적으로 생산, 소비한다.

일본은 국내 소비량의 98%를 국내에서 생산해 사실상 완전 자급자족 상황이며 미국과 호주도 각각 90%, 80%를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다/사진=뉴스1

◇군중심리가 사재기 부채질…각국 정상들 '진정하라' 호소=전문가들은 '군중심리'가 화장지 사재기를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군중심리는 많은 사람이 모인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고 쉽게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특수한 상태를 뜻한다.

소비자행동심리 전문가인 로한 밀러 시드니대학교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지를 사려고 사람들이 혈안이 된 것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고르면서 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하는 군중심리가 반영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성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현재의 생활 방식을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밀러 교수는 이어 "사람들은 가족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때 편안한 일상을 보장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표준으로써 화장지에 대한 집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은 화장지 사재기 사태가 더 큰 사회적 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유통업체들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생필품 등을 너무 많이 살 필요가 없다"며 "공급망은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으니 진정하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지난달 말 일본에서 화장지 사재기가 본격화하자 "화장지는 대부분 국내 생산이고 충분한 재고가 확보돼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