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시장조성자 논쟁 上] 공매도인 듯 공매도 아닌 공매도 같은 너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 예외에 개인 투자자 '형평성 어긋나' 불만
"증시 하락 베팅하는 일반 공매도와 달라"…오히려 개인의 대리인?
금지시 파생상품 시장 축소 불가피…"개인도 피해" 지적도
조형근 기자

금융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시장조성자(LP) 제도를 도입한지 어언 4년이 흘렀다. 시장조성자를 맡은 증권사는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대신 증권거래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조성자의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나온다. 시장조성자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주식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연일 투매성 폭락을 보이자 오는 9월까지 공매도에 빗장을 걸면서 기관투자가의 헤지 거래(위험회피를 위한 반대 포지션 거래)에 한해서만 허용했다.

그런데 최근 이마저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할 정도로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를 이용해 주식시장 상승을 누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시장조성자를 맡은 증권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파생상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매수 포지션의 반대인 공매도를 이용하고 있을 뿐 일시적 주가 하락만을 부추기는 일반적 공매도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 같은 듯 다른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공매도는 일반적으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수 국가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이므로 하락에 베팅하는 '방향성 투자'다. 빌린 주식을 돌려줄 때 주가가 떨어졌으면 그만큼 차익을 얻고, 반대로 올랐다면 손해를 본다.

반면 시장조성자는 공매도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다. 시장조성자는 호가를 촘촘하게 제출해 매수와 매도자의 가격 균형을 맞춰 거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 선물시장에서 매수호가를 내고 반대급부로 현물(주식)을 공매도해 위험을 분산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일반적인 공매도와 다르게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조성자가 헤지를 위해 주식을 공매도 한 것은 개인의 선물 매도로 인한 연쇄작용(거래 체결을 위한 선물 매수→선물 매수로 인해 손실 회피 목적으로 반대 포지션 구축의 주식 공매도)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중간 다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헤지 거래 외에도 주식 현선물 차익 거래로 공매도를 이용하는데, 차익 거래 규모가 커져 증시 불안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차익거래는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두 개의 시장에서 다르게 거래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싼 것을 매도하고 동시에 싼 것을 매수해 발생하는 차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예컨대 주식 선물 가격이 주식 현물 가격보다 낮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공매도)해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여기서도 이론이 있다. 증권업계는 차익거래를 통한 공매도의 경우에도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게 아닌 만큼, 일반적 공매도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선물과 현물 가격(또는 이론가격)과의 차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매도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현물 매수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헤지거래와 차익거래에서 공매도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일방적인 가격하락에 베팅하는 매도가 아니다"며 "차익거래로 인한 공매도가 발생한 후에는 선물 매도와 현물 매수(매수차익거래) 거래를 수반하기 때문에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건 오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성자가 증시를 누른다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성자는 투자자의 포지션에 대응해 반대 포지션을 가져갈 뿐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시장조성자가 개인의 차익 실현 물량을 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지난 3월 시장이 급락했을 당시 역대급 매수 행진을 보인 개인 투자자가 증시 급반등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 물량을 대거 내놓고 있는데, 여기서 시장조성자는 개인의 물량을 모두 받아주고 있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시장조성자 관련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형평성 위해 금지" vs "긍정적 요소 없다"

개인투자자는 모든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매도 시장이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점에서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만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기관과 외국인 등 모든 주체에 대해 공매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크다. 접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빌려주는 종목(대주)마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매도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83%로 외국인(59.09%)과 기관(40.07%)에 비해 극소수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자를 맡은 증권사에 "공매도 활용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하며 사실상 창구지도에 나섰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봉쇄할 경우 유동성 공급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전체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도 시장조성자 업무를 맡는 것이 손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결국 증권사가 시장조성자 업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고객의 매수 주문에 대응해 공매도를 이용하는데, 공매도를 활용 못한다면 계속 들어오는 매수 주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공급 축소로 인해 개인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촘촘하게 제출해서 매수와 매도의 균형을 맞추고 가격 괴리율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공매도가 금지되면 호가를 낮게 낼 수밖에 없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가 매수 호가를 낮게, 매도 호가를 높게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매매하려는 투자자는 비싸게 사고 싸게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공매도 금지로 시장조성자 업무를 맡으려는 증권사가 사라진다면 결국엔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를 금지하고 볼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