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deep]"알뜰 주유소가 묘하다" 도입 10년, 시장서 '천덕 꾸러기' 신세
김주영 기자
[앵커멘트]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알뜰 주유소가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주유소의 폐업이 속출하고, 정유사들은 수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 서로 알뜰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1년 도입 이후 10년을 맞은 알뜰주유소의 현 주소를 김주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사내용]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기름값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알뜰 주유소' 사업.
현재 알뜰 주유소는 전국에 1,200여 곳으로 전체 주유소의 10%를 차지할 만큼 확대됐는데요.
알뜰 주유소가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췄다는 분석도 있지만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도입 10년을 맞은 알뜰주유소 실상은 어떠한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5월 마지막 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555원(오피넷).
일반 주유소에선 1L에 1,550원대, 알뜰 주유소에선 이보다 30원 낮은 1,520원대에 판매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알뜰 주유소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 주유소 업계는 가격 경쟁에서 밀려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알뜰 주유소는 정부와 정유사의 계약에 따라 국제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유통하는 구조입니다.
일반 주유소와는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는 단가가 다른데, 최근 그 격차가 L당 100원까지 벌어졌습니다.
[박동위/ 주유소협회 차장 : 보통 휘발유 1L를 팔았을 때 100원 정도 마진이 남는데 마진 만큼 차이가 나는거죠. 살아남기 위해 영업마진을 포기하고 공급받은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적자가 누적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알뜰 주유소 공급 물량은 2년 동안 '50억 L+ 알파'. 사실상 무한대로 싼값에 기름을 공급해야 하는데, 차라리 수출을 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2차례 유찰끝에 알뜰 주유소 사업자로 선정된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8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 경제학에서 소비자 후생과 공급자 후생을 같이 보는데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을지라도 공급자 후생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보면 사회전체 후생은 감소하는 것입니다.]
알뜰 주유소 도입 10년, 시장 참여자들의 볼멘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도가 현실에 맞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다음 주 알뜰 주유소 제도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입니다.
김주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