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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의 앞과뒤]"법은 통과됐지만"...게임업계도 구글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서정근 기자

2014년 3월 무렵의 일입니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모든 게임 앱들이 토요일 이른 아침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사라졌다 2시간만에 일제히 복구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삭제됐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당시엔 넥슨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때라 외부자들 중 해당 사건을 인지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위메이드의 인기게임 '윈드러너'도 앱마켓에서 사라졌습니다. 넥슨의 앱들과 달리 하루 동안 '실종' 상태가 이어졌고 당시 위메이드 측은 실종 사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유를 알릴 수 없다"며 버텼습니다.

'윈드러너' 외에 다른 회사들의 몇몇 게임도 앱마켓에서 실종됐다 다시 나타나곤 했습니다.

당시 넥슨은 자사 게임 앱 전용 플랫폼 '런치패드'를 선보였던 때 입니다. 이용자가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런치패드' 실행파일을 받아 휴대폰에 설치하고 이를 통해 모바일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피파3M'의 베타테스트 버전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넥슨이 2014년 서비스하다 운영을 종료했던 모바일게임 플랫폼 '런치패드'


총 매출 중 30%를 내놓아야 하는 구글플레이가 아닌 넥슨의 독자 플랫폼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으로 읽혔습니다.

당시 구글은 넥슨에게 "앱 삭제는 실수로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실수인지, 넥슨의 우회로 개척을 견제하기 위한 무력시위 였는지 알길은 없습니다.

'윈드러너'는 구글의 결제수단이 아닌 위메이드 자체 홈페이지에서 콘텐츠 결제를 할 수 있게 '꼼수'를 쓰다 적발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로 구매하는 것 보다 값싸게 아이템을 살 수 있게 했을 것입니다. 좀 싸게 팔아도 그렇게 하면 관련 판매분은 구글에 수수료 30%를 내지 않아도 되니 남는 장사일 테니까요.

아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늘땅 별땅' 맹세를 하고 용서를 받고서야 실종됐던 앱들이 복구됐을 것입니다. 넥슨도 관련 해프닝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런치패드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피파3M'을 구글플레이를 통해 출시했습니다.

이같은 일들이 일어났던 것은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총수익의 30%를 구글에 상납하는게 '너무도' 억울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PC온라인게임은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 수수료와 다날 같은 결제 업체의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수수료를 합쳐 총 수익의 7~8% 정도만 결제 수수료로 내면 됩니다. 억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게임이 아닌 다른 콘텐츠는 수수료를 내지도 않습니다.

7년여 시간이 지나 우리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이제 구글과 애플은 앱마켓 입점 업체에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쓰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구글 대신 다날의 결제 시스템을 쓴다고 해도 앱장터에서 퇴출시킬수도 없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갑자기 벌어졌을까요?

발단은 구글과 애플의 과욕(혹은 합리적인 장사속)에서 시작됐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을 합산한 글로벌 앱마켓 시장 규모는 연간 160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앱마켓 시장 규모의 절대다수가 게임이었을 텐데, 점차 웹툰·음원 등 기타 콘텐츠의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게임을 안하는 사람도 멜론이나 벅스, 플로, 지니뮤직 등 음원 앱 중 하나는 쓸 것입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국내외 급성장으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게임에 이어 새로운 '금맥'이 터졌는데, 여기에 돈을 걷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간 구글은 앱마켓 내 아이템 판매 외에도 웹페이지 등 다른 루트로 서비스 정액권이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을 막지 않았습니다. 인앱 결제로 판매하는 상품 가격과 외부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 이를 허용했습니다.

동일한 가격이라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즐기다 빠져나오는 불편을 감수하며 웹페이지에서 상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모든 외부 결제 경로는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게임 외에 콘텐츠 전반으로 수수료 부과 대상을 확장하고 우회로도 다 막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추세라면 내후년엔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받을 수 있는 넷플릭스 같은 OTT도 수수료 부과 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순순히 총 수익 중 30%를 구글에 상납하던 게임사들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의 저항은 극심했습니다.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역동적인 로비에 돌입했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를 움직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을 이끌어 냈습니다. 아마 이동통신사들도 관련 로비에 조력했을 것입니다.



물론 법이 통과됐다고 '끝'은 아닙니다. 어찌됐던 구글과 애플이 만들어 놓은 진열대에 상품을 전시하고 콘텐츠를 판매해 돈을 버는데, 댓가를 지불하긴 해야 합니다. 30%나 뜯어가겠다는 구글과 애플이 '나뿐놈'이라면 아무런 댓가도 안내겠다는 업체는 '더 나쁜놈'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소비자가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신용카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다날같은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업체에게 돌아가는 몫을 더하면 총매출 중 7% 대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멜론, 벅스가 구글 인앱결제를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만큼의 수수료만 내면 됩니다. 그런데 구글, 애플도 땅파서 장사하는게 아닌 이상, 이들이 앱마켓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인건비가 발생하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하겠지요.

이번 법안 통과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터넷업계의 한 인사는 "구글과 애플은 콘텐츠 앱 개발사가 앱을 마켓에 등록할 때 입점 피(Fee)를 받고 있다"며 입점 피가 높으면 진입장벽이 되니 큰 돈을 받진 않았는데, 이제 인앱 결제를 활용하지 않는 앱 개발사에겐 이 입점 수수료를 보다 상향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편의를 감안하면 구글이나 애플이 제공하는 인앱결제를 그대로 활용하고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입법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은 수수료가 10%를 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는 "표준 수수료의 관점으로 보면 7%대가 국룰인데, 구글과 애플이 구축해놓은 인프라와 운영인력 등을 감안하면 구글도 장사해야 하니 10%까지는 줄만하지 않나, 최대 12%까지는 업체 입장에서 양보할 만한 선 일 것 같다"며 "아마 구글은 내심 20%까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테고 아무리 양보해도 15% 밑으로 내릴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에서 규제입법이 본격화하자 구글은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결제수수료를 한시적으로 15%만 받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구글의 '마지노선'이 15%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NHN 등은 구글, 애플과 줄다리기 끝에 인앱결제를 사용하면서 10~15% 정도의 수수료를 내게 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게임이 아닌 콘텐츠들은 수수료를 한푼도 안내다 갑자기 내야 하니 기분이 안 좋을 순 있는데, 30%를 낼뻔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쁠 것 없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간 '따박따박' 30%를 수수료로 내던 게임업체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까요? 앞서 의견을 제시했던 게임업계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이 된 안전장치가 있는데 이제 제 목소리를 내서 수수료를 낮추는게 가능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반면 입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인앱결제를 안 쓰겠다거나 수수료를 낮추자고 하면 게임업의 특성상 구글이 꼬투리를 잡을 여지가 기타 콘텐츠에 비해 많다"며 "보안문제가 생겼다. 뭐가 문제다. 환불률이 높다. 우리 정책에 위반된다 등 구실을 잡을 구석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피처링 메뉴 선정, 해외 진출 지원 등 당근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며 "넥슨이나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등 협상력이 있는 큰회사는 손익계산 하면서 실리를 취할 수 있겠지만 중견, 중소 업체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고 난 후 "우리 말고 다른 콘텐츠 업종은 30% 수수료를 아직 안내고 있었단 말이냐?"라며 놀라워하는 게임업계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비(非)게임업종 개발자들 중 일부는 "게임업계는 호구도 아니고 30%를 그냥 순순히 내고 있었단 말이냐"라고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법은 통과됐지만 이를 토대로 생태계 안정화가 정착되기까지 갈길이 먼 상황입니다.

알각에선 구글과 애플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인사는 "지금 글로벌 앱마켓 생태계는 연간 160조원 규모인데, 메타버스 열풍을 감안하면 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300조원 시장이 되면 그 중 10%만 가져가도 앉아서 수수료를 연간 30조원 벌 수 있는데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MS가 PC 운영체계와 관련 생태계를 독점하던 때에 신천지를 개척해 성장한 구글과 애플이 선대의 독점사업자들이 범한 우를 되풀이하면 생태계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다음 단계로 급속히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구글과 대척점에 선 국내 앱 생태계의 입장에 보다 가까이 선 견해이긴 하나, 구글과 애플도 귀담아 들을 만한 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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