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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의 오너십경영 성공했다

[홍찬선칼럼]
홍찬선 부국장 겸 경제증권부장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 빈약한 관련 산업, 삼성전자의 취약한 기술력, 열악한 삼성전자 규모, 한국의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 본격진출을 발표한 ‘도쿄선언’을 했을 때 미쓰비시가 제시한 ‘삼성 반도체 5가지 실패이유’다. 게다가 당시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선 ‘이젠 망했다’는 침울한 분위기로 무거웠다고 한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뒤 10년 동안 돈만 퍼붓고 있던 상황이니 안팎의 비관론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이건희 이사(당시)는 사재까지 털어 넣으면서 반도체에 올인했다. 결과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반도체는 삼성은 물론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산업의 쌀’이 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오너십 경영은 성공했나?’

머니투데이와 머니투데이방송(MTN)이 지난달 31일 치러진 ‘신입기자 및 PD 시험’에서 제시한 논술문제다. 학술논문으로 쓰기에도 어려운 주제를 50분이란 짧은 시간에 정답(正答)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기보다, 평소에 이런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제기됐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예비언론인들이 정성들여 작성한 답안지를 채점하며 느낀 것은 실망과 안타까움, 그리고 반성이었다. 오너십 경영의 성공여부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고 그렇게 보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무너진 때문이었다. 특히 성공과 실패에 대한 판단 없이, 노조문제(현대차의 강성노조와 삼성의 무노조)라든지, 경영권 승계문제(최근 무죄 판결난 에버랜드 CB발행 등) 및 비자금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춘 답안이 많았다.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사회적 도덕성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비교적 균형 잡힌 답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너십 경영의 성과에 대해 너무나 알지 못한 채 부정적 측면만 나열하는 것을 보고 반재벌정서의 뿌리 깊음에 안타까웠고, 언론인으로서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오너십 경영이란 기업의 소유주, 즉 주주가 경영권을 갖는 형태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과 대비되는 말이다. 오너십경영과 전문경영은 역사적 배경이 달라 좋고 나쁨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오너십경영은 무조건 나쁘고 뜯어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필자는 ‘삼성과 현대차의 오너십경영은 성공했다’고 본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오너십경영이었기 때문에 삼성은 반도체와 핸드폰에서, 현대차는 자동차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었다. 고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를 하고, 고 정주영 회장이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미친 짓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오너십경영이었기에 가능했다.

둘째, 오너십은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했다. NEC의 전 사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후발자인 삼성에 진 원인을 “삼성은 계열사를 통한 유상증자로 값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반면 NEC는 이자를 내야 하는 은행 대출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셋째, 경영의 안정성이다. 오너를 정점으로 해서 유능한 전문경영자로 이루어진 매니지먼트 팀은 시간과 자금이 대규모로 필요한 사업에 승부를 걸 수 있다. 분기실적과 주가에 좌지우지되어 단기실적을 추구하는 미국식 전문경영인의 폐해는 2000년대 초의 대규모 회계부정과 최근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창조적 파괴’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갈파한 슘페터는 기업가에게 3가지 동기가 있다고 말했다. 사적 제국을 건설하려는 몽상과 의지, 승리자 의지, 창조의 기쁨이 그것이다. 오너 경영자는 이런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그런 열정과 헌신이 가끔 엄청난 손해를 낳기도 하지만 보통사람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놓는다.
오너십 경영의 부정적 측면은 당연히 개선해야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하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 성공기업을 오너십경영이라고 백안시(白眼視)하는 건 우리의 밥그릇을 스스로 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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