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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노후 관리냐? 수명 관리냐?

최남수 보도본부장

1957년생인 A씨. 하루가 멀다하지 않고 야근을 하고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달려온 직장 생활을 이젠 접어야 한다.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55세인 그는 이젠 회사를 떠나는 게 불가피해졌다. 앞일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새 일자리를 구하기가 여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매달 백만 원 남짓한 금액이 될 국민연금은 지급 시기가 늦어져 7년 후인 62세부터나 나오기 시작한다. 개인연금은 두 개를 들어 두었지만 딸아이의 대학 입학과 결혼 때 돈이 달려 해지해버렸다. 미디어에선 ‘100세 시대’ 운운하며 장수를 얘기하지만 정작 A씨는 언제 끝날지 모를 ‘돈 없는 노후’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불안한 노후.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너무 자주 듣다보니 “늑대야”를 너무 자주 외친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무게감이 실리지 않은 경고가 돼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다. 물은 천천히 끊어 오르면서 위험수위로 차오르고 있는데 그 안의 ‘개구리(노후)’는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일함에 빠져 경보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문제 정도가 아니다. 비상이다. 통상 노후 준비를 위한 3대 축을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퇴직연금이라고 한다. 이 3개 축 모두 부실 가동 상태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세 개 연금에 전혀 가입하지 않은 무연금자가 22%나 된다. 3개 연금에 가입해 그나마 미래를 준비하는 가입자는 9%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더구나 재원 고갈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지급액이 줄고 지급시기도 추가로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개인연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심각한 양극화 기조 속에 경제난까지 겹치자 급한 돈을 빼내 쓰기 위한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연금 가입 9년 후까지 이를 그대로 두고 있는 유지율 23.8%에 불과하다. 76%가 해지된 것이다. 다급한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도입 초기 단계인 퇴직연금은 아직 미래 소득을 대는 저수원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노후준비의 비책이라고 강조 돼온 이 3개 연금. 늙고 돈이 달리게 될 시기의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비상이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 ‘정부가 어떻게 대책을 세우겠지’. 너무 믿지 말자. 이런 저런 복지 수요 앞에 자금력이 부족해진 정부는 노인 복지에 올인하기는 어려울 거다. 별 수 없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에 우선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긴장감을 갖지 않으면 ‘매우 힘든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균적으로 80세 이상을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100세 시대의 개막이라는 구호마저 나오고 있다. 뒤집어 보면 ‘준비 안된 힘든 장수시대’를 뜻한다. ‘썰물 은퇴’를 하게 될 베이비 붐 세대(1955년~1963년 생) 550만 명은 당장 이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부모와 자식 부양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인 이 세대. 이젠 저성장, 저고용, 저금리 시대가 시작돼 노후 준비의 여건도 녹녹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의 복잡한 얘기가 많지만 답은 간단하다. 지금 덜 쓰고, 더 저축해야 한다. 최대한 오래 건강해야 한다. 미국 투자전문 사이트인 인베스토 피디아가 제시한 노후 준비 원칙. ‘자식 교육비 팍팍 쓰다 노후 망친다. 젊어서 빌린 많은 빚은 노후의 걱정거리이다. 당장 지금부터 준비해라.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춰라’ 여기에 추가한다. 국민연금을 최대한 많이 오래 붓자. 개연연금 해지하지 말고 버티자. 정부도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중도해지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 이를 유도해야 한다. 적어도 “노후 준비 못했으니 차라리 ‘수명 관리’라도 해야겠다”는 자조섞인 소리는 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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