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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대출금리 논란이 남긴 것

최남수 보도본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줄 알았던 대출금리가 상처투성이의 누더기가 됐다. 불신의 대상이 됐다. 대출금리를 정하는 ‘향도’가 되는 CD 금리 자체가 엉망이었던 데다 은행들이 알아서 고객들에게 물린 가산금리는 말 그대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CD 금리를 금융기관이 짜고 정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어찌 보면 본질을 비켜간 측면이 있다. CD가 거래되는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금융당국의 무책임 앞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은 서로 물어서라도 억지로 금리를 정해 온 것이다. 형식적으로야 담합이지만 정책이 만든 환경이다. 공정위가 금융기관에 회초리를 들 일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왜 일찌감치 엉터리 금리를 손보지 않았는지, 그 정책 실패를 따져볼 사안일 수 있다.

이번 대출금리 논란이 어김없이 확인해 준 점이 있다. 문제가 오랜 기간 곪아 있어도 해당 정보가 공개돼 세상이 시끄러워지기 전에는 정부나 관련 금융기관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최근에 논란이 된 듯하지만 CD금리와 가산금리의 문제점은 시장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안이었다.

지난 2010년 2월에 금융연구원이 펴낸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개선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던진 문제제기 내용을 보자. ‘CD(91일물) 금리가 2008년말 이후 대폭 하락하고 신규대출에 대한 가산금리가 확대됨에 따라 차입자와 은행들로부터 관련 금리에 대한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말부터 무려 3년이나 넘게 방치돼온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씨티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 지표로 사용하기 시작하자 국내 은행들도 같이 쓰기 시작한 CD 금리. 한국은행이 자금 공급을 늘리면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6% 초반에서 2%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여기에다 CD가 은행이 끌어다 쓰는 자금의 10% 정도 선으로 줄어들어 은행의 실제 조달금리를 반영하는 지표로서는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었다. 실제로는 정기예금이나 금융채 같은 1년 만기의 자금을 조달해 주택대출을 하는 데 제도상으로는 CD 91일물에 금리가 연동돼있는 억지춘향식의 상황이 지속돼 온 것이다. 금융시장의 중요한 가격 지표인 대출금리가 엉터리 기준에 연동돼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져 온 셈이다.

가산금리는 어떤가?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CD금리의 급락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3년이 넘은 고질적 현상이다. 실제 빌려 쓴 금리와 다르게 CD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니 은행들이 학력 차별 같은 이런저런 명목을 동원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수준을 조정해온 것이다. 잘못된 기준을 그대로 둔 채 변칙적으로 추가 금리를 활용해 대출금리를 정하다보니 금리 자체의 공정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번 대출금리 논란은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의 합작품이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는 보호의 사각지대로 밀려나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자의적인 금리 조정을 보면서 경쟁을 제한한 금융기관 대형화가 소비자의 권익을 얼마나 훼손할 수 있는지도 드러났다. 가산금리의 기준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도 던져 주었다. ‘기업과 서민에게 든든한 희망을 주는 금융’(금융위원회), ‘금융은 믿음 가득, 국민은 행복 가득’(금융감독원). 이런 구호가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의사 결정 시 제대로 반영돼 금융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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