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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칼럼] '정부가 걱정이다'

최남수 보도본부장

2년 9개월 전인 2010년 1월 하순. 정부 당국자와 세종시 주민 등 모두 17명은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의 옛 수도인 본과 새 수도인 베를린을 방문해 행정 기관의 분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독일의 수도 이전은 통일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무너진 장벽이 있던 곳,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겨 통일을 명실상부하게 이루고 균형 발전도 꾀하자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본 등 남부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다. 베를린으로는 외무 등 10개 부처만 옮겨가고 환경 등 6개 부처는 본에 남았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행정부처가 분산돼 비효율이 심각해지자 베를린에 있는 부처는 본에, 그리고 본에 있는 부처는 베를린에 추가로 청사를 설치해 현재 청사만 28개에 이른다. 반쪽 자리 천도가 되다보니 사실상 수도가 두 개로 중복되는 문제가 생긴 셈이다.

'세종시 민관 방문단'이 독일에 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결 같이 행정의 비효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피터 실 전 베를린 도시계획 국장은 "행정부처 분산만큼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카를 브랭케 독일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조언은 더 수위가 높았다. "모든 독일 사람들이 행정부처 분산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전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서울에서 120 km 떨어진 곳에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넬리 쇤 베를린 도시계획국장의 증언은 생생하다. "현재 화상회의나 인터넷, 이메일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일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한 장관은 하루에도 수차례 베를린과 본을 오가야 하는 등 부처 분산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독일이 끙끙 앓아온 이 같은 두통거리들은 우리가 앞으로 겪어나갈 문제이기도 하다.

경위야 어찌됐건 세종시는 문을 열었다. 주거, 의료, 교육 등 제반 시설이 태부족인 상황이지만 총리실을 선발대로 공무원들이 속속 세종시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3년 동안 36개 기관의 만 400여 명이 이곳에 새 둥지를 튼다. 문제는 청와대와 국회, 일부 정부 부처들이 서울에 남는 상황에서 행정 비효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 장관들은 업무 보고를 위해 수시로 멀리 청와대를 드나들어야 할 것이다. 금융 등 서울에 남는 부처들과의 업무 협의는 독일에서 보듯이 아무리 화상회의 등 첨단장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토론의 밀도와 심층성이 떨어져 대면 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의사 결정이 그만큼 느려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이 서울에 몰려 있는 관계로 관민 간의 소통도 많이 불편해져 행정의 답이 있는 현장 파악도 더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국회 문제는 상황이 제일 심각하다. 지금도 대전에 내려가 있는 중소기업청 같은 기관의 기관장이나 직원들은 상임위나 국감 등이 열리면 서울에 올라와야 해 현지 업무는 아예 휴업이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터이다. 세종시의 정부 업무가 '공동화' 돼있는 날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비효율로 국가 경쟁력에 훼손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조차 나오고 있다. 그래서 아예 국회의 부분 또는 전체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필자도 이를 지지한다.

이제 대선주자들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이 문제에 대해 명시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할 순서이다. 가뜩이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못해 불황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행정의 비효율은 대선 주자들이 애기하는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청사가 아예 두 배로 늘어난 독일의 전철의 밟지 않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행정효율 제고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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