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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미래' 외면하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중소기업 대출 관행

신새롬 기자




“은행들이 선심을 쓰는 척 하지만 실상 중소기업 대출은 나아진 게 없습니다. 성장성은 무시하고, 눈앞의 신용등급만 보니, 은행에선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입니다.

1996년 창업한 그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회사를 키웠습니다. 수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부터 주문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품을 구입하기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했고, 은행권 문을 두드렸습니다.

운영자금만 있으면 3개월 후에는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었지만 모든 은행들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은행들은 전년도 실적이 적자여서 신용등급이 낮다는 점을 거절 이유로 들었습니다.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이 회사는 어렵게 정책자금을 지원 받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 매출은 전년보다 70억 원 늘어난 1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800억 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하자 그토록 싸늘하게 외면했던 시중은행들이 귀찮을 정도로 달려든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동반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자랑합니다. 올해 계획만 모아보면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적으로 34조원이나 늘어날 예정입니다. 국내은행 전체 기업대출 668조 원 중 73%인 494조원이 중소기업 대출이기도 합니다. 대기업 대출의 2배가 넘습니다.

이렇게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하는데 왜 중소기업들은 볼멘소리를 할까요.

정답은 위에서 언급한 회사를 대하는 은행권의 '이중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은행이 기업의 성장성이나 기술력은 등한시하고 신용등급과 매출, 순익 등 양적인 측면만 평가하다 보니 초기 사업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재창업자에게는 등을 돌린 것입니다.

반대로 운영자금이 충분한 우량기업에게는 너도 나도 대출을 해주겠다며 달려듭니다.

공단지구에서 20여년 가까이 기업금융을 전담해 온 시중은행 영업 팀장은 “은행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규정상 지원해주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었다”고 말합니다.

통계만 보면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문제가 많았고 그에 따라 기계적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하다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을 지원할 수 없게 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단 얘기입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업 금융의 힘이 필요한 기업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은행이 놓쳐서는 안 될 역할입니다. 기계적인 리스크 관리로 방어적 대출만 늘리게 된다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이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중소기업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게 아닌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할 수 있어야 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신새롬(shinno@m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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