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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국민은행 도쿄지점 자금, 대부업 유입을 보는 시선

권순우 기자


‘죄악의 주식’이 있습니다. 담배, 주류, 카지노 등 ‘반사회적’인 기업의 주식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랜드, KT&G, 진로 등이 해당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죄악의 펀드라는 이름의 펀드도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종목만 골라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심적으로 꺼려지기는 하지만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펀드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죄악의 주식이 있습니다. 바로 ‘대부업체’입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인 러시앤캐시, 에이앤피파이낸셜 대부는 지난해(2012년 10월~2013년 9월) 841억원을 벌었습니다. 자기자본수익율은 8% 수준입니다. 초기 자본금 300억원을 가지고 1조원(자기자본)이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대한민국 리딩뱅크를 표방하는 KB금융의 자기자본수익률은 7.4% 수준입니다. 대부업체 수익성이 리딩뱅크보다 좋습니다.

그런데 증시에 상장된 대부업체는 없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대부업체 상장이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사회적 기업은 상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상장이 거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업체가 상장이 금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서’적인 문제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하고 회사를 키우는 것이 바람하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통해 대부업체가 자본금을 늘리고 회사를 키우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은행도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은행 역시 대부업체에 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행정 지도 차원에서 대출을 거부토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도 대부업 대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대부업 대출을 최대 300억원, 총여신의 5% 내외로 조절할 것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출자의 채권을 담보로 대부업에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안한다”며 “불특정다수에게 저금리 예금을 받아서 고금리 대부업을 하는 것은 은행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업의 상장과 대부업에 대한 대출은 제도의 문제를 넘어서 ‘철학’의 문제입니다.

대부업 광고가 친숙해지고 덩치를 키운 대부업체는 최고금리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금리로 대출자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그 정도 금리를 내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서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업은 ‘필요악’이지만 자금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서까지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누구나 한번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고금리 대부업을 하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습니다. 금융당국도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KB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나간 불법 대출의 일부가 국내 대부업체로 유입됐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습니다. 정상적인 대출도 아니고 지점 임직원이 대출자와 짜고 나간 불법 대출입니다. 1%의 저금리로 일본에서 대출을 해주고 한국에서 39%의 고금리를 받았습니다. 수익금은 리베이트 형태로 배분했다고 합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고금리 돈놀이 하라고 예금 맡긴 돈이 아니란 말입니다. 돈이 되는 건 알지만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의 어깨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을 알기에 대부업을 활성화시키지 않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대표 서민은행이었던 국민은행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래서 더욱 실망이 더 큽니다.

※리드코프가 상장돼 있지만 석유유통 사업명목으로 상장돼 있습니다. 남양유업, 현대중공업도 대부업 라이센스를 갖고 있습니다. 글의 취지상 대부업체로 공식 상장한 곳으로 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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