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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금융회사와 소비자, 현오석 총리의 '동상이몽'

이수현 기자

"정보제공에 동의한 금융소비자도 책임이 있다"

현오석 부총리에게 옐로카드를 선사한 발언입니다. 이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감싸안았던 현 부총리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던졌습니다.

전 국민이 정보유출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시점에서 이렇게 말한 현 부총리는 사실 진정한 자유주의자로 보입니다. 자유주의에선 '자기책임의 원칙'이 신성시됩니다.

자유주의에서 자기책임을 말하는 근거는 개인에 대한 믿음입니다. 개인은 자유롭게 판단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 부총리는 스스로 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금융사에 책임을 돌린 소비자들을 꾸짖었습니다.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금융사들을 문책해야 할 자신의 책임을 현 부총리는 잊은 듯 합니다.

'자유주의자' 현 부총리 발언이 국민적 반발을 일으킨데는 현실의 부조리가 존재합니다. 원칙대로라면 고객은 정보를 제공할 때 확인하고 금융사는 동의받은 만큼 정보를 활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고객이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 금융사들은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아내는 일이 너무나 수월합니다.


사실 계열사간 정보공유는 이전에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통장을 개설할 때도 은행 창구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면 형형색색의 통장 가입 문서와는 대비되는 초라한 A4 용지 한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흑백 문서에 써있는 내용은 명확합니다. "당신의 정보를 계열사에 마케팅 용도로 공유하지 않겠다"는게 핵심입니다. 이 문서는 창구 직원조차 잘 모를 정도로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지 거듭 의심하고 직원에게 따지면서 닥달한 소비자만 이 문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 전화를 무시하는 일보다 훨씬 더 품이 드는 일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도 속에서 금융사들은 고객들의 의사를 오해했습니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 했으니 마음껏 정보를 활용해도 된다고 믿었습니다. 고객들은 근거도 없이 금융회사를 믿었습니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동의라면 이 정보를 은행이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활용해줄 거라는 믿음.

'자기 책임 원칙'은 거래 상대방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했을 때 성립됩니다. 금융회사와 고객이 서로를 잘 못 알고 있다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설계된 제도는 서로 다른 꿈을 꾸게 합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하려면 고객들이 믿는 금융회사와 금융회사가 믿는 고객이 일치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보 유출 사태로 정부의 규제는 강해졌고 정보 제공 동의의 책임도 함께 무거워졌습니다. 고객이 새로 가입할 때마다 금융사들은 열심히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받은 정보를 활용하는 일은 더욱 까다로워질 예정입니다. 소비자들 보다 더 공을 들여 약관을 살펴보며 동의서를 점검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5분만에 통장을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현 부총리는 당연한 원칙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제공에 동의한 금융소비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의 큰 부분은 '공직자의 책임'이라는 것도 잊지 말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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