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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만성피로' 금감원...전수조사가 능사인가

권순우 기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란을 떨더니 남은 것은 고작 쥐 한 마리 뿐이었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신한은행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계좌를 부당하게 조회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벌이고 있는 '전수조사'를 보며 이 고사성어가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야당 중진 의원을 포함해 정관계 주요 인사 22명의 고객 정보를 불법 조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등 민주당 중진의원부터 이헌재, 김석동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김 의원의 지적 이후 금감원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22명에 대한 확인은 이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22명중 15명은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이었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등 7명은 실재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신한금융 내부인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 불법 조회 검사가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례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야당 의원 중 가장 까칠하다는 김 의원의 지적이 '헛발질'이었다고 답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보여주기식 검사를 위해 금감원이 점검해야 하는 계좌 조회 건수는 무려 150만건. 엄청난 업무량에 다섯 달이 지난 지금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회 건수가 많고 조회의 불법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 제재 초안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외에 친척이나 지인들의 계좌를 슬쩍 훔쳐본 직원들도 적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태산을 흔들 듯이 돌진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가 고작 호기심에 지인들의 계좌를 훔쳐본 잡범이라는 겁니다.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전수 검사와 전수 분쟁조정, 대우건설 감리 인력 두배 투입, 개인정보 실태 확인을 위해 투입된 수십명의 인력까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력 질주해야하는 금감원 직원은 지쳐만 갑니다.

최근 금감원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려고 했다가 직원들 대부분이 현장에 투입돼 설문조사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설문조사가 무산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건에 열심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인력을 투입하다보니 본업인 금융감독 업무는 쌓여만 간다”고 말했습니다.

뇌졸중의 초기 증상은 두통입니다. 두통이 있을 경우 CT촬영을 통해 뇌졸중 여부를 확인하면 조기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있을 때마다 의사는 CT촬영을 권하지 않습니다. 과잉진료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 역시 그렇습니다. 철저해야 하지만 과도할 경우 지나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그 여파는 전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금융감독은 무거워야 합니다.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겨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금융감독원은 바람처럼 빠르고 태산을 움직일 듯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평시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에 무작정 전원 공격으로 대응하는 금감원을 보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까 우려스럽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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