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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기업 각축장 된 면세점 사업..중소기업 낄 틈조차 없어

김이슬

최근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전에서 한화갤러리아의 유통 자회사인 타임월드가 운영권을 따냈다. 한화로선 첫 면세 사업 진출이다. 이로써 국내 면세 시장은 롯데와 신라, 신세계가 주도하던 기존 3강 구도에서 4강 구도로 재편됐다.

면세점 사업이 롯데ㆍ신라ㆍ신세계ㆍ한화 4파전 양상을 띠면서 '대기업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유독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군으로 분류돼 왔다. 정부 허가 사업인데다 초기에 거금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수 십년간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와 신라면세점 양강 구도가 고착화됐다.

정부 차원에선 대기업 중심의 과점 체제인 기형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법안까지 내놨다.

시장의 80%를 차지하던 두 기업의 면세점 면적 비율을 50%까지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에게 30%를 할당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 법안은 기획재정부 시행령을 거치는 과정에서 '면적 비율'과 '점포 갯수'를 두고 잡음이 일었다. 때문에 이 법안은 2월 임시회에도 오르지 못한 채 아직까지 조세소위 계류 중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렇게 정부가 중기 보호대책을 두고 유야무야하는 사이 중소기업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면세점 사업이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자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출처 신라면세점>

면세점 시장이 대기업 각축장이 된건 불과 2년 전부터다. 우선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업 부진에 부닥친 '신세계' 그룹은 새 먹거리를 찾을 요량으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사들이면서 첫 발을 내딛은 신세계는 지난해 7월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점 운영권까지 거머쥐었다.

이달 들어선 '한화' 역시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최고가 낙찰 방식을 통해 운영권을 따내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런 틈에 중소기업 살리기는 어느새 뒷편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사실 중기 면세점 보호법은 명분만 있고 뒷받침이 한참 부족했다. 김해공항 면세점이 단적인 예다. 중기 지원 차원에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 채 진행했던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선 뜬금없이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가 운영권을 차지했다.

연매출 40억 달러를 내는 듀프리는 국내에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중기 전용'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고작 자본금 1000만 원만 들이고선 알짜배기 사업장을 삼킨 셈이다. 대기업 입지는 줄이고 중기는 못살린 채 외국계 배만 불린 기가 막힌 사례다.

이번 제주공항 입찰도 마찬가지로 중기는 사실상 배제됐다. 롯데와 신라는 명목상 '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워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조건인 이번 입찰 경쟁에선 최고가 낙찰 방식이 적용돼 자금력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입찰 금액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한화 타임월드가 써낸 입찰가는 241억 원으로 기존 운영자인 롯데면세점이 내던 연간 임대료 100억 원의 두 배 규모다. 같은 먹잇감을 두고 지난 한해 매출의 40%를 배팅한 대기업을 중소기업이 당해낼 재간은 없어 보인다.

'롯데ㆍ신라' 투톱 체제를 넘어 신세계와 한화의 추가 진입으로 면세점 업계가 극한경쟁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금만 내다봐도 향후 3년안에 지방공항 7곳이 면세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에 치이고 대기업에 밀리는 중소기업들이 발을 디딜 틈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말로만 '중기 상생'을 외치면서 머뭇거리는 사이 면세점 사업은 어느덧 '대기업 전용 업종'으로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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