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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김연아에 우는 사이 BMW 웃은 이유는?

조정현

"이쯤되면 주최측의 농간"

지난 24일 폐막한 소치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신이 처참하게 뭉개지는 현장을 여자 피겨스케이트에서 목도했다. 희대의 편파판정으로 남을 만한 일대 사건이었는데 어찌 보면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익명이란 방패에 기댄 극히 소수의 심판들이 숫자놀음을 하며 금은동을 가리는 시대착오적인 시스템이 '홈 텃세'와 맞물려 이런 결과를 낳았다.

우리의 메달밭인 쇼트트랙에서도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너댓 명의 선수들이 좁은 틈새를 찾아 경쟁하다 보니 서로 밀쳐 넘어지기 일쑤고 어부지리 승자가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흔히 목격한다.

결국 올림픽 정신을 가장 제대로 구현하는 건 역시 육상과 수영 같은 기록종목이다.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승부를 가리는 기록종목에서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봅슬레이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 중 하나다. 가속도를 고려할 때 봅슬레이 선수들의 최적 몸무게는 100kg이라고 하는데, '한 덩치' 하는 봅슬레이 선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전력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트 장면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장면으로 꼽힌다.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

자동차 업계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선 가장 순수하고 역동적인 동계 기록종목에 우리 자동차 산업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지가 큰 관심사다.

독일의 자동차 업체 BMW는 미국 대표팀에 2인승 봅슬레이 차체를 지원했다. 미국 여자 대표팀은 이 차체를 타고 은메달을 땄다. BMW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차체를 만들었고 자신들의 스포츠 세단에 구현된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했다. 신소재 사용에 적극적이고 과학적 디자인 기술을 갖춘 자동차 업체라는 이미지를 널리 알렸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 BMW는 로고 등을 차체에 삽입할 수 없었지만 대신 BMW는 자사의 고성능 모델을 나타내는 색상을 차체에 뚜렷하게 새겨 넣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BMW 뿐 아니라 맥라렌과 페라리 등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봅슬레이 차체를 개발해 각국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남자 2인승에서 19위를 달성했다.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미국과 독일 등 봅슬레이 강국에 비해 열악한 장비로 일궈낸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올림픽 기간 중 만난 대한봅슬레이연맹 관계자는 "우리 대표팀의 차체 수준은 'B'급에 불과하다"며 "다른 나라 대표팀이 전문 제작업체나 자국의 자동차 업체에게서 지원을 받는 데 비해, 자동차 강국인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런 소식이 없다"고 푸념했다.

봅슬레이연맹은 4년 후 평창 올림픽에 대비해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봅슬레이 차체 개발 지원 여부를 타진할 계획인데 이 기회에 우리 업체들이 나서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52만 대를 생산해 세계 5위에 올랐다. 이런 수준의 자동차 강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대회에 자국 업체가 나서 준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봅슬레이가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종목이기에 더 멋져 보일 수 있다.

업체들은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도 있다. 우선 봅슬레이 차체에 쓰이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미래형 소재로 각광받는 소재다. 마침 현대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의 콘셉트 모델을 봅슬레이 차체에 쓰이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0.1초를 줄이느냐 마느냐가 관건인 봅슬레이 종목에서 기체 역학은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자동차 업체들은 과학적이고 우수한 디자인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공식 후원사에게 모든 혜택을 몰아주는 IOC의 정책이 로고 삽입 등의 적극적인 브랜드 홍보를 가로막겠지만 BMW처럼 봅슬레이 차체의 디자인을 이용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에 잇단 품질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이미지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초대형 이벤트의 공식 후원 같은 거창한 지원도 좋지만 때로는 봅슬레이같은 '마이너'한 부분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예상치 않았던 큰 효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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