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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생수 싸움 이 정도?... 대기업들 PB생수까지 독식

최보윤

혼자 사는 직장인 김유성 씨는 한 달에 한 두 번 장을 본다. 그가 장바구니에 담는 것은 주로 햇반과 라면. 그리고 꼭 빼놓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생수'.

1인 가구이다 보니 정수기를 쓰거나 번번이 물을 끓여 먹는 게 부담거리다. 차선으로 택한 것이 바로 사먹는 물인데 한 달에 물값으로 2만 원 정도가 나간다.

'편의상' 또는 '위생상'. 저마다의 이유로 '마시는 물' 소비가 늘고 있다. 집집마다 2L짜리 생수를 대여섯병씩 쟁여두고 꺼내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국내 생수 시장은 불황 속에도 해마다 두 자리 수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규모만 6천억 원대에 달한다.

◆ 6천억원대 생수 시장…대기업들 '나눠먹기'

현재 국내에서 생수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는 1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6천억원대 생수 시장의 90%는 대기업 6곳이 점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40% 정도로 생수 1위 자리를 잡고 있는 제주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이 제조와 판매를 각각 맡고 있다. 나머지 생수시장도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 풀무원, 동원F&B, 하이트진로음료 등 대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90여 곳이 넘는 대부분의 중소 생수 제조ㆍ판매업체들은 나머지 10%의 시장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 떠오르는 '저가 PB' 시장…이마저도 대기업이 독식

'돈이 된다' 싶으니 대형유통업체들마저 생수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CU와 세븐일레븐, GS리테일 등 편의점 업체들까지 자사 브랜드를 단 '생수'를 내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생산은 제조업체에 맡기고 판매와 유통만 자기들이 맡는 구조다.

'PB 상품'이라고 부르는데,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에게 판로를 열어주고, 마케팅비와 유통비 거품을 빼 소비자 가격을 낮췄다"는 명분으로 시작하면서 급속 성장했다.

실제 소비자 가격은 삼다수나 아이시스 등 대기업 제품보다 20~3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형마트 브랜드에 가려졌을 뿐 제조사는 기존 생수 시장을 점유한 대기업들이다.

심지어 '아이시스' 등의 브랜드를 가진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같은 계열인 롯데마트의 초이스엘과 세븐일레븐의 옹달샘물을 비롯해 홈플러스의 맑은샘물, 농협의 깊은산맑은물, GS리테일의 함박웃음맑은샘물 등 무려 5개 유통사의 PB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마트와 코스트코, CU의 생수 PB 역시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해태음료와 풀무원, 동부팜가야가 각각 위탁생산한다)

유통업체가 내놓은 PB 생수의 생산을 대부분 롯데칠성음료가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칠성은 경기도 양주와 연천, 충청북도 청원 등 3곳의 공장에서 자사 브랜드인 아이시스와 DMZ 생수와 함께 유통업체들의 PB생수들을 생산한다.

같은 수원지에서 같은 기술로 브랜드만 달리 붙인 제품들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즉 브랜드는 다를뿐 같은 물이란 얘기다.

◆ 같은 공장에서 나온 물, 가격은 천차만별

롯데칠성의 '아이시스'와 롯데마트의 '초이스엘'은 2L를 기준으로 각각 770원, 550에 판매된다. 같은 물인데도 브랜드만 다른 아이시스가 40%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

롯데칠성 관계자는 "모두 같은 조건으로 동일한 품질의 물이지만, 마트 PB상품의 경우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값이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설명이다.

아무래도 값이 싸다보니 PB상품의 매출은 치솟고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생수 PB를 팔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생수 부분 매출 1~2위 자리를 빼앗으며 고공성장하고 있다.

결국 대형 유통업체와 대형 제조업체가 고속성장하는 생수 시장을 장악하고 치솟는 매출을 나눠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틈을 주지 않는 시장에서 중소 생수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빵집처럼 생수시장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동반성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등장한 PB제품마저 대기업이 위탁생산해야 할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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