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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한국 싫어요' 떠나는 그루폰..고용승계 '난 몰라요'

김이슬

결국 그루폰 코리아가 짐을 쌌다.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은 지난 3일 국내 법인인 그루폰 코리아 임직원 160여 명에게 법인 청산을 통보했다. 마지막 한 방을 날리지 못했던 그루폰 코리아는 3년여의 짧은 역사를 남기고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사실 그루폰 코리아의 철수는 예견된 수순에 가까웠다. 지난해 11월 그루폰이 갑자기 티켓몬스터를 인수할 때부터 '한 지붕 두 식구' 시나리오는 맥을 잃었다.

그도 그럴것이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CEO는 한국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티몬을 통해 국내 사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몇 안되던 그루폰 코리아 관계자들로선 불길한 예감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루폰 코리아가 국내 소셜 시장에서 크게 뒤쳐졌던 건 사실이다. 쿠팡과 위메프, 티몬 3강이 각축전을 벌일 때 그루폰 코리아의 점유율은 고작 1%대에 불과했다. 본사 입장에선 사업 역량에서 낙제점을 받은 법인을 계속 떠안고 가기 어려웠을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이 안되면 접을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라는데 이의를 달고 싶진 않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임직원에 대한 배려'다.

그루폰은 법인을 청산하면서 '고용 승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루폰 코리아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밥벌이를 잃은 셈이다. 회사 사정이야 어림 짐작하더라도 고용 승계에 한낱 기대를 걸었던 직원들은 전직원 퇴사 통보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창립기념일을 열흘 앞두고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며 "청운의 꿈을 품고 뛰어들었던 직장이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3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고 한번 찔러본 뒤 안된다 싶으니 가차없이 접어버리는 매정함에 간담까지 서늘해진다.

근로자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하지 않는 외국기업의 뻔한 행태라고 치부하면 그만일까? 하지만 제 식구를 두고서 티몬이란 회사까지 인수했다면 최소한 고용승계에 대한 고민은 했어야 한다고 본다.

없어질 그루폰의 동생뻘인 티몬은 일주일전 신입사원 채용공고까지 냈다. 이를 지켜본 그루폰 코리아 직원들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지는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필요하다면 청산결정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된 그루폰 코리아 직원들 일부라도 데려갈 순 없었을까?

그루폰 코리아의 퇴각을 보면서 티몬도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티몬 역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루폰 코리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수순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때 경쟁자의 추락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동종업계는 '제 코가 석자'라며 또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다. 수백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가며 누굴 위한 싸움인지 모를 치킨 게임에 뛰어든다.

결말은 명료하다. 생존이냐 도태냐의 문제 앞에 자비는 없었고 결국 살아남지 못한 기업의 퇴장만 남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그루폰 코리아의 철수설은 사실로 막을 내렸다. 내쳐진 제 식구를 되돌아보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비정함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필요에 의해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글로벌 회사들의 기업 문화가 전파된 탓이 크다. 국내 기업중에서도 외국계로 넘어가는 회사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니 이런 추세는 더 확산될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 토종 기업들만큼은 임직원들을 제 식구로 여기는 한국적 기업문화를 쉽게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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