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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갑과 을의 범죄 공모..을만 처벌

박승원 기자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챙긴 최종수익자인 펀드매니저들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실적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엄중 처벌이 내린 것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똑같이 잘못을 했지만, '갑을 관계'에서 약자인 을만 처벌 대상이 되고, 갑에게는 면제부가 내려졌다는 것.


지난 12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제5차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CJ E&M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혐의에 대해 CJ E&M의 IR 담당 팀장을 비롯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CJ E&M의 IR 담당 팀원 2명과 애널리스트 1명은 검찰에 통보됐다. 증선위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애널리스트들을 검찰에 고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증선위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 및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애널리스트 4명에 대해서는 추가로 '정직' 등 중징계도 요구했다.


앞서 CJ E&M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한달 남겨 둔 지난해 10월16일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내용의 정보를 이들 애널리스트에게 미리 제공했다. 4개 증권회사의 각각의 애널리스트들은 11개사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위 정보를 전달해 356억원의 손실을 회피(부당이득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 안게 됐다.

문제는 이번 금융당국의 제재에서 소위 '갑'인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처벌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정작 불법정보를 받아 손실을 회피하거나 이득을 챙긴 이들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갑'인 펀드매니저가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에게 요구하는 부당한 일이 공공연한데도, 약자인 애널리스트에게만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공공연히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갑의 위치에 있는 펀드매니저의 정보 요구 압박에 이뤄진 것"이라며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이용해 이득을 봤다면 펀드매니저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애널리스트의 몸 값을 결정하는 사람이 펀드매니저인 현실에서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에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며 "실질적으로 정보를 취득해 이득을 본 사람이 처벌을 안 받은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금융투자업계는 미공개 정보 악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의 이번 제재가 미공개 정보 유출의 중간 연결고리를 없애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채널을 통해 음성적인 정보 유통이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이득을 본 펀드매니저들 모두 면제부를 받았다"며 "이번 제재가 오히려 기록에 남기지 않는 방법 등 음성적인 정보 유통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증권가에서 상장사인 기업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간 미공개 정보를 둘러싼 모종의 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해 처벌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정보 제공과 이를 들은 1차 수령자까지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1차 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았다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해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2차 미공개정보 이용을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해당 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에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2, 3차 수령자의 제재 여부는 예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며 "현재 2차 미공개정보 수령자에 대한 제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중이라고 해도, 금융당국은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법 개정이 미뤄진다면 다른 방안을 마련해서라도 모종의 거래를 끊어야 한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넘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한 없이 추락됐다.


상장사와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시장참여자도 관행을 이유로 불법의 테두리에서 머물면 안 된다. 불공정거래가 당장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아가 증권사와 운용사는 임직원들이 불공정거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오랜 시장 역사를 지닌 미국의 경우 CJ E&M 건과 같은 프런트 러닝은 감히 시도조차 못한다고 한다. 당국에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의 징계를 당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보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미국 학생들은 시험볼 때 '족보'를 금기시한다고 한다. 불공정한 게임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족보가 학생들 사이의 인기와 서열을 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상장사 탐방을 가서 미공개 정보를 듣고 정리하고 액션을 취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남들이 갖지 못한 힘을 느끼고 만족한다.

이젠 불공정한 게임의 룰과 과감하게 결별하자. 미공개정보가 유통되던 때 CJ E&M 주가는 4만원 전후였다. 2014년3월13일 종가는 4만5천원이다. 정정당당한 투자자가 승자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방송 박승원(magun1221@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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