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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혁신성장 막는 칸막이 규제"…4차산업 '암초'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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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을 '규제공화국'으로 부르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4차산업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훨훨 날고 있는데 우리는 규제로 겨우 뛰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업계는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속도전 시대에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기치로 내세운 '혁신성장'에 얼마나 가까이 갔을까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재 업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현장에서 체감하는 답답함은 큽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각 산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규제들을 걷어내지 않고는 혁신성장이 불가피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 규제 완화 순위에서 한국은 꼴찌 수준입니다. 순위가 낮을수록 정부 규제가 심하다는 의미인데요. 싱가포르(1위), 미국(12위), 중국(18위), 일본(59위)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입니다.

대한상의가 국내 신산업 분야 7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47.5%)가 최근 1년 사이 규제로 사업 차질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네 곳 중 한 곳(22.8%)은 규제로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개선 과제 80건을 국무총리실에 전달했습니다. 기업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핀테크·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해줄 것을 제언했습니다.


앵커> 규제로 사업이 좌초된 사례들을 살펴보죠. 대표적으로 모빌리티 분야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마찰이 가시화된 것은 택시업계와 갈등을 일으킨 카풀 서비스입니다.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까지 열며 승차 공유 서비스 카풀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서비스를 운영중인 카풀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현행 운수법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 외 카풀 영업은 불법입니다. 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렌터카를 이용한 유상 운송과 기사 알선 행위를 일절 금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카풀 금지 법안이 상정되어 있는데요. 개정안 통과시 카풀 영업은 불가능해집니다.

서비스 출시를 앞둔 카카오부터 시작해 스타트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택시업계와 적극적인 논의를 펼치기도 했지만 사실상 합의가 무산된 상태입니다.

자율주행차 분야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율주행차 임시 주행 면허를 받은 차량은 총 50여대에 불과합니다. 도로교통법, 자동차 관리법 등 규제 그물망에 갖혀서 실제 운행이 까다롭습니다.

수소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되는 수소충전소의 거리제한 규제 때문인데요. 기술력을 가지고 제품을 내놓아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없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이 밖의 분야에도 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4차 산업의 대표 분야인 드론·의료·빅데이터 등 촘촘한 규제망에 걸려 있습니다. 공유 차량 뿐 아니라 공유 숙박도 규제 산업입니다. 현행법상 도시 지역 내 내국인 이용은 불법입니다.

드론의 인증 과정과 운행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가 주요 시설과 비행장을 중심으로 9.3㎞ 이내에서는 드론을 날릴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사실상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는겁니다.

빅데이터 분야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정부는 비식별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 시민단체의 반발로 현재 데이터 활용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도 더뎌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료·바이오 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불법인데요.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는 중소병원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법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트업들은 아예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중도에 해외로 나가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기자> 규제로 쉽사리 사업에 뛰어들 수 없고, 자연스럽게 투자 유치와 인재 확보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기업들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국내 카풀업체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규제 등의 이슈로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대신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글로벌 업체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규제로 네이버도 해외로 나가 금융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사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에서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샤오미 등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신기술과 기존 사업을 연계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탈규제 추세와 함께 중국 DJI는 전세계 드론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알리바바 등을 앞세워 핀테크 시장도 빠르게 선도하고 있습니다. 우버, 에어비앤비, 디디추싱 등 공유 경제 모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도 급속도로 판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서너곳에 불과합니다. 2016년 기준 10만개의 글로벌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들 중 한국기업은 단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정부도 4차위를 출범하면서 규제 혁신을 추진하고 있잖아요?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도 꾸준히 규제 혁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빅데이터 분야의 경우 정보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으로 구분해 정비하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드론 역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험도가 낮은 드론은 띄울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공유경제 분야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블록체인 등의 의제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아 혁신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로 일컬어지는 규제혁신 5법 중에 4개가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계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고 과감하게 신산업을 허용하면서도 제도적 보완을 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앵커> 정부와 정치권도 규제 개혁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기자> 업계에서는 가능한 것 이외의 모든 것을 규제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안되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 가능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성진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해야 합니다. 정부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 그것인데요. 혁신 사업 영역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사업을 허용하고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사회적 비용이나 책임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부처 정책을 일원화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옵니다. 현재 규제관리 부처만 해도 대통령 직속 4차위부터 기획재정부 등 4곳 이상입니다.

무조건적인 규제 개혁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치우친 로드맵 제시나 가두리형 지원정책보다는 판을 깔아주고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長)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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