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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넘는 가상화폐 거래소 난립…규제·법적 기준 만들어 달라"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디자인하다" 토론회

머니투데이방송 김예람 기자2018/12/10 17:11



1년여 만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100여개가 넘는 등 난립에 투자자 피해가 커지자, 업계가 법적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업비트는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1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김병욱·김선동·유의동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소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좋은 거래소들의 선별을 위해 거래소 운영에 대한 기준과 자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거래소를 설립한다며 투자금을 모집하고 잠적한 퓨어빗,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지사를 열겠다는 바이낸스코리아가 실제 바이낸스와 연관이 없었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해외처럼 거래소 설립와 운영 기준과 자격만 제시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거래소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영업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등록업체는 준수 유예기간을 부여하며, 유예기간 이후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업체만 영업을 가능하게 하자는 골자다.

또 거래소에 투자자 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해 이용자 보호 책임을 명확히 하자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거래소 등록요건은 대표의 국내 거주 및 주식회사 형태 설립이 있다. 또 2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야 한다. 이용자 보호 시스템에 충분한 물적·인적 설비가 구축돼야 한다. 의무사항으로는 이용자 자산과 회사 자산을 구분해야 하며,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용자 보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총괄책임자 및 부서를 지정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 회사는 이용자가 암호화폐 거래를 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위험사항이 발생하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용자가 이를 이해했음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준법감시인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고객확인 절차를 구축하고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STR)을 시행해 이상거래에 대한 보고와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골자다.

아울러, ISMS 인증 취득 등 보안시스템 구축과 해킹 방지를 위해 암호화폐 관리를 강화하는 이용자 자산 보호, 상장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평가, 임직원의 시세조종 금지 등을 통해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조 발표에 이은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 규제 공백에 따라 산업이 후퇴하고, 해외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규제 당국은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가상화폐에 대해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최소한의 법제 마련과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비법규적 형태의 네거티브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네거티브 규제가 아니고, 간접적 비공식적 규제 하에서 모든 것이 방치된 형태"라며 "IT분야에서 오래 자문을 해왔지만, 규제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이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처절하게 외치는 상황은 처음 목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은행에 주어져 있는데, 위험을 떠안고 싶지 않은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최대한 협조를 하지 않게 된다"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거래소에 부과하는 내용으로 기준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김현석 클리포드 챈스 총괄 파트너 변호사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은 한 쪽을 누른다고 국내 투자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되는 분야가 아니다"며 "한국에서 산업이 위축되면 거래소는 국내를 벗어나 스위스, 홍콩, 미국으로 진출하고, 투자자가 이를 따라가기 때문에 글로벌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기 컴버랜드코리아 대표는 "블록체인의 속도를 첫 번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삼아 기존 금융과 IT 기술에 비해서 느리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외에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속도가 엄청나다"며 "해외 일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트랜젝션(사용자 간 거래 기록)은 1초당 75만개로, 비자(VISA)의 10배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속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가능해지면서, 해외에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는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저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은 "주식시장에도 작전세력에 의한 통정거래나 시세조작 등 불법적인 거래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며 "반면 아무 규제가 없는 암호화폐 시장의 경우 하루에도 수조원의 거래가 이뤄지며 불공정 거래를 통해 피해자가 속출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자산의 디지털화 또는 토큰화는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적절한 규제는 이를 진흥시킬 수 있지만 잘못하면 혁신의 싹도 틔우지 못한채 고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패널이었던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암호화폐가 금융적 성격을 띈 만큼 소비자 보호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입장은 작년과 동일하다"고 일축했다.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은 지난 8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권 단장은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장려하는 입장"이라면서도 "ICO,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합의가 명확하게 이뤄진 부분이 없어 현재 입장은 작년과 동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른 나라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장려에 대해서는 "독일,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 ICO가 전면 허용되어 있다고 잘못 소개되고 있다"며 "직접 해당 국가에 방문해 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스위스는 소규모 국가이며, 싱가포르 역시 조세 정책이 한국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포용적인 해외 정책을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다만 권 단장은 "자금세탁에 관한 부분은 합의에 도달한 듯 보인다"며 "관련 법안이 발의돼있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팍스, 빗썸, CPDAX, 업비트, 코빗, 코인원, 한빗코 등 암호화폐 거래소 7곳은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문'을 발표했다.

협약 내용은 ▲범죄 예방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긴밀한 협의 체계를 구축 ▲자금세탁, 보이스피싱 등 이상 거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금융사고 예방 노력 ▲고객 확인 강화 및 신분 불분명 고객에 대한 거래의 일부 제한 조치 ▲범죄 악용 소지가 있는 암호화폐 거래 방지를 위한 상호 정보 공유 ▲위의 조항 준수 및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 확대 노력 등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예람 기자 (yeahra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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