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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IT기업처럼 작고 빠르게"...은행도 '애자일' 바람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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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안녕하세요. 특이한 기자들, 경제금융부 이유나입니다.

이제 금융권에서 디지털은 최고의 화두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지점없이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한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그 중 최근 필수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방식이 '애자일'입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단어는 민첩한, 기민한 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애자일(Agile)에서 시작했습니다.

부서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팀을 구성해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뜻하는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혁명을 일으킨 방법으로, 주로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 주로 적용돼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행권에서도 애자일 도입이 한창입니다.

급변하는 고객과 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쪼개고 자르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건데요.

오늘은 애자일 도입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이유나 기자, 애자일이란 개념을 처음 듣거나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쉽게 어떤 뜻인가요?

기자> 애자일은 '민첩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에서 시작된 단어입니다.

부서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뜻하는데요.

2000년대 초반에 대두된 이 애자일 개발방식은 문서작업과 설계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그래밍에 집중하는 개발 방법론입니다.

정해진 계획을 따르기보다는 개발 환경에 맞게 그때그때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게 특징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명이 모여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문서 작업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고, 빠른 결과물을 도출해내야하는 소규모 프로젝트 개발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애자일 개발방식이 각광받기 시작하고 조직에 적용되면서, '계획-개발-출시'와 같은 주기가 빠른 속도로 여러번 반복되며 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애자일은 어떻게 보면 각 부서 사람들이 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소규모팀을 구성하는 거잖아요. 언뜻 TF팀을 생각하기 쉬운데, 다른 점이 어떤건가요?

기자> 필요에 맞게 소규모팀을 운영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면에서 TF팀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TF팀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이 파견나오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보니 원래 부서의 일도 하는 상황에서 시간될때 잠깐 TF에 참여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원 부서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애자일은 계획-개발-출시 같은 일련의 과정 모두를 전담해 지속적으로 운영됩니다. 그 팀은 과정을 여러번 거치면서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치게 되는데요.

앞서 도입한 국민은행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부적으로는 바로바로 메신저를 통해 경영진들과 바로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고, 의사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앵커> 주로 IT기업에서 적용됐던 이런 애자일 방식이 은행에서도 각광받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은행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보니, 빠른 의사결정과 개발이 절실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네덜란드 ING은행이 애자일을 도입한 성공사례로 꼽히면서, 최근에 더 주목받게 됐는데요.

ING은행은 2015년 모든 부서에 애자일을 도입했습니다.

부서 직원들의 기존 업무를 없애고 소규모 애자일 조직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히도록 한건데, 그 결과 직원들의 몰입도가 향상되고 금융상품 개발 속도도 10배나 빨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은행권에서도 애자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NH농협지주는 내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금융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프로젝트 중심 조직인 애자일 운영체계를 도입해서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직은 농협은행이 준비 중인 디지털 R&D센터에도 적용될 방침인데요.

김광수 NH농협금융회장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김광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외부 핀테크 업체 뿐 아니라, 내부에 디지털파트와 IT파트가 같이 근무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고요. 또 그런 조직들을 애자일조직화해서 다른 기업하다시피, 비교적 일 중심으로 가는 업무공간을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앵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궁금합니다. 다른 곳들은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요?

기자> 신한은행은 업무와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랩조직을 도입했고, 하나은행도 쉽게 인원을 이동해 운영할 수 있는 '셀조직'을 시행 중입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프로젝트 중심의 소규모 조직 '에이스'를 운영 중입니다. 올해 소그룹 조직은 24개로 확대됐는데요.

첫 시작은 5명뿐이였지만, 전사적으로 확대되면서 조직이 늘어났습니다. 한 조직당 인원은 많지 않게 5명 내외로 운영하는게 특징입니다.

팀을 작게 자르고 쪼개서 운영하다보니, 팀장을 대리급이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시를 하는 상급자가 없으니 아무래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조회, 송금은 물론이고 거래하는 '리브똑똑'앱도 애자일 조직 작품인데요.

핀테크, 챗봇, 인공지능 등 비대면 담당 기획부서에서 시작된 애자일 조직은 상품팀이나 카메팅 등으로 확대될 방침이라고 합니다.

국민은행 관계자 인터뷰 한번 보시죠.

[송민철 / 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차장 : 에이스란 조직이 처음에 5명으로 시작했는데. 그 5명이 일련의 과정, 기획부터 테스트, 홍보, 마케팅, 운영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그 5명 직원이 하고 또 새로운 스쿼드를 엽니다. 예를들어 저희는 '리브똑똑'이라는 앱을 구성했는데, 5명 중 일부는 '리브똑똑' 플러스 금융으로 확장해서 씨앗의 형태로 여러 개 현재 퍼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작고 빠른 조직이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서는 도입이 쉬울 수 있겠지만, 은행권에서는 다소 적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기자> 실제 애자일을 도입하려는 임원진들의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애자일이 각광을 받으니까 도입을 하자고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경직된 은행들의 조직문화 속에서 적용이 쉽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애자일은 단순히 조직을 쪼개고 운영하는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내리는 상급자가 권한을 내려놓고, 모두 수평적인 조직에서 일을 해야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보수적으로 꼽히는 금융권에서 상급자가 권한을 내려놓는 것 부터가 쉽지가 않습니다.

팀원들 역시 예전에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갑자기 자기주도적으로 무언가 성과물을 내놔야하니까,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을텐데요.

그렇다보니 아직은 소규모로 조직을 쪼개 운영하는 TF팀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애자일은 대리급에게도 팀장의 권한을 맡길 정도로 조직이 작고 또 유연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사평가는 어떻게 하는건가요? 보통 상급자가 팀원들을 평가하잖아요?

기자> 은행권에서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도 인사평가 등에 대한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보통 우리나라는 개개인의 역량을 중요시해서 개인에 대한 평가를 주로 팀장 등 상급자가 내리잖아요.

그런데 애자일은 수평적인 조직이고, 사실 팀 전체의 결과물이 더 중요한 방식이거든요. 그렇다보니 개개인의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애자일을 잘 도입하고 있는 곳으로 삼성SDS가 꼽히는데, 들어보니 '동료평가제'를 운영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동료평가 역시도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사실 굳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나쁜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좋은 말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특별히 일을 잘한 팀원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인사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애자일을 조직에 잘 도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건 무엇인가요?

기자> 애자일을 도입하려면 조직 자체가 송두리째 변화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작업입니다.

앞서 말했던 인사제도도 바꿔야하고요, 예전엔 기능중심으로 나뉘어졌던 팀들을 프로젝트 중심으로 다시 짜서 운영해야하는거죠.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먼저 애자일을 적용한 기업들처럼 개발부서에서 점진적으로 적용부서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또 가장 중요한건, 경영진과 상급자, 그리고 팀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겁니다.

수직적인 문화에 익숙해진 상급자들이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조직원들 역시 능동적으로 자신의 일을 책임감있게 맡아서 하는게 필요하겠죠.

전문가들은 협업하기 위한 인프라와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전문가 인터뷰 보시죠

[이재왕 / 애자일소사이어티 대표 : 협력적 문화를 하기 위해선 평가제도, 기존의 평가제도가 상대평가, 상위관리자 중심의 평가인데, 애자일은 서로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협력을 많이 해야하거든요. 그런 관계에서는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라던지 동료평가, 다면평가같은 도입이 필요하고요.]


앵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애자일 경영이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유나 기자 수고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유나 기자 (ynale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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