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금감원의 '과유불급'…'키코부터 DLF까지' 은행권 반발 자초

산업·씨티은행 배상 불수용…신한·하나·대구 재연장 신청
DLF 중징계 불복,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이번주 행정소송
靑 민정실 감찰, DLF 사태 전반 살핀 듯…금감원 압박
김이슬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란 목적을 갖고 강하게 밀어붙여온 결정이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키코(KIKO) 배상부터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까지 해당 금융사가 금감원 결정에 불복하면서 '금융경찰' 금감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 소비자 보호란 명분에도 과유불급 식으로 과잉 대응한 탓에 징계나 권고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 해당 금융사의 반발을 자극하는 등 권위 상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키코(KIKO) 배상을 권고받은 일부 은행은 최근 수용 거부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에 따라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은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은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배임 우려' 키코 배상안 불수용…결정 유보한 은행도 '부정적'

산업·씨티은행 2곳은 불수용, 나머지 3곳은 기한 연장을 택했다. 판단을 유보한 곳들도 실제 배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로지 DLF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우리은행만 수용해 전액 배상을 마무리지은 상태다.

결정에 앞서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은 '배임 리스크'다. 키코 사태가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됐고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도 지나 배상안을 수용하면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불수용 결정을 내린 씨티은행 측은 피해기업 중 한 곳인 일성하이스코에 대해 "이미 배상 권고액(6억원)보다 더 많은 약 8억원의 부채를 감면해줬다"며 금감원에 수용 거부 의사를 전했다.

대구은행과 하나은행은 배상 여부 결정일인 6일 이전부터 일찌감치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정상적인 이사회 개최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도 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배상 여부를 논의하려 했으나 불발, 기한을 연장했다. 이들 은행의 재연장 요청은 벌써 세 번째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는 강제력이 없다. 은행과 피해기업 양쪽이 모두 받아들여야만 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건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으로선 삼성생명 등 일부 생보사가 분조위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거부해 소송전으로 맞붙은 사례와 달리, 키코 건은 기다림 외에는 마땅히 손쓸 방도가 없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불수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수용 여부 검토를 위해 기한 재연장을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DLF 사태 중징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행정소송 간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DLF 사태 책임을 물어 금감원장이 전결로 끝낸 은행 최고경영진 중징계(문책경고) 조치도 논란을 낳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에 불복해 이번주 중 서울행정법원에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소송으로 중징계 효력을 무력화해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연임을 확정짓기 위한 조치다. 이달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은 연임을 하려면 행정소송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막강한 감독권한을 쥐고 있는 금감원과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면전을 택한 이유다.

금감원이 내린 중징계의 법적근거가 모호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명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들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징계를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불완전판매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경영진을 직접 제재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금감원은 연이은 과잉 대응으로 금융사 반발을 자초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해야 할 검사나 징계를 하지 않을 순 없다"며 "키코 사건의 경우에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재조사를 직접 지시했던 만큼 윤 원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돌연 靑 민정수석실 감찰, 왜?…수세몰린 금감원 긴장

금융사 지배구조를 흔드는 사안인 만큼 금감원이 소비자보호에만 몰두한 나머지 불명확한 법적근거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이달 본격 감사에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다. 과거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이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만으로 임직원을 제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감찰에 나서면서 금감원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감찰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DLF 사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사실규명 차원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DLF 핵심 담당자들은 "청와대 감찰과 관련해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함구하고 있다.

금감원에 대한 민정실의 직접 감찰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과거 민정실은 각종 투서에 기반해 금융당국 인사들의 각종 비위 혐의를 감찰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감찰이 단순 검사 확인절차에 그치지 않고 공직자들의 비리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청와대 파견 인사에서도 예전과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당초 금감원 일반 팀장급이 줄곧 파견을 갔던 민정실 자리에는 최근 금융위 핵심 과장이 이동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신라젠과 상상인그룹, 라임자산운용 등 검찰의 금융 관련 수사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