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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정부보다 '코스트코'에 마스크 싸게 공급하는 까닭은

일부 마스크 공급업자, 공적 물량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 넘겨
'장당 1500원' 공적 마스크 대거 풀리는데…소비자들은 코스트코몰 '새로고침' 전쟁
최보윤 기자

<대전 중구 오류동 코스트코 대전점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2.25/뉴스1>


"주택 청약 당첨 된 것 처럼 기쁘네요!"

코스트코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며 A씨는 이 같이 말했다.

A씨가 이같은 마스크 구매 성공 '인증글'을 온라인에 올리자, '부럽다'거나 '축하한다'는 수백여개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성공담 보다 실패담이 많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코스트코 마스크에 열광하고 있다.

◆코스트코 마스크, 'KF94' 박스당 2~3만원에 판매

이유는 가격 때문. 코스트코는 'KF94 마스크' 기준 한 상자당 2~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자당 20~30매의 마스크가 들어있는 것을 감안 하면 장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이다. 정부가 매입해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장당 1500원) 보다 33% 저렴한 수준이다.

구매 수량도 인당 1박스씩 가능해 일주일에 2장 살 수 있는 공적마스크보다 매력적이다.

이렇다보니 전국 코스트코 매장 앞은 구름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텐트까지 들고와 밤샘 대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말그대로 '마스크 대란'이다.

급기야 코스트코는 이번주부터 마스크를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 속에 인구 밀집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덕택에 소비자들은 매장 앞 '줄서기'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밤새 코스트코 온라인몰을 '새로고침'하게 됐다. 코스트코 측이 언제, 얼마만큼의 마스크를 판매할 지 공지하지 않고 게릴라성으로 판매하고 있어서다. 지난 9일에는 새벽 3시 물량이 풀렸다는 온라인 글이 게시되자 코스트코 사이트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코스트코 뿐만 아니라 이마트몰이나 쿠팡 등 일부 대형 온라인몰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스크가 기습 판매된 적이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처럼 거의 매일 판매가 유지되는 곳은 없다.

대형 민간 유통업체, 특히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는 어떻게 정부보다 저렴하게 마스크를 팔 수 있을까?

◆코스트코 가격 유지 비결은?

코스트코의 경우 기습 판매되는 마스크 제조업자는 2~3곳에 불과했다.

코스트코에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요 급증으로 마스크 납품 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코스트코에는 과거와 같은 가격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꺼려하면서도 "공급 물량이 하루 1~2만 장 정도로 적은 편"이라고만 했다.

마스크 공급업자들은 '복잡한 유통구조'에 일부 해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체들이 마스크를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간 유통업자들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 중간 유통업자들이 마스크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와 원활한 거래를 위해 소량의 마스크 마진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스크 유통업자는 "코스트코는 특히 물품을 납품했을 때 이익률이 다른 대형마트 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며 "이런 업체와 오랜 시간 거래하려면 당장의 마스크 마진 조금 포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저렴한 마스크 판매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하며 자체 마진률을 타 유통업체의 절반 수준인 8~15% 정도로 잡아 저가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마진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잡고 있어 공급업체의 마진률은 거꾸로 좋아질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부와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더 이상 거래할 일이 없겠지만 코스트코와는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며 "연 매출 4조원이 넘는 유통 공룡 코스트코에 입점이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진데 당장 마진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라고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떻게든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공산당' 소리까지 들어가며 마스크 값 잡으려 나섰던 정부가 머쓱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비자들 역시 점점 줄어드는 '1000원 미만 마스크'를 두고 피폐한 '새로고침'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정부가 집값 잡기 위해 분주하게 뛰자, 시세보다 저렴한 일부 아파트 청약 시장을 두고 '로또' 경쟁이 벌어진 것과 어딘가 닮은 꼴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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