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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평균 근속연수 1.7년"...펄어비스, 거듭되는 개발자 '방출'에 고용안정성↓

화려한 성공 이면엔 개발자들 치열한 생존경쟁
서정근 기자

펄어비스가 신작 개발에 임하고 있던 개발자 중 상당수를 권고사직 형태로 방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펄어비스는 급여·복지 체계가 탄탄하고 기술력도 우수하나 계약직 비중이 높고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7년에 불과할 만큼 고용 안정성이 열악하다는 평을 얻어왔다. 근무강도도 높다. 잦은 권고사직으로 '물갈이가 일상'이라는 불만이 펄어비스 전현직 직원들에게서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채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식 인사관리 문화와 '터프'한 한국식 노무관리가 조합됐다는 평인데, 인사관리 평가 잣대가 너무 엄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최근 '도깨비', '플랜8', '붉은사막' 등 신작 개발팀 직원들의 인사평가를 통해 이들 중 상당수를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펄어비스가 개발중인 신작 '도깨비'


권고사직 대상이 된 이들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당일 해고 통보해 그날로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리며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관련해 펄어비스 관계자는 "대량 권고 사직은 사실 무근이며 인사 검증 기준이 엄격한 면은 있다. 다만 일부 권고 사직은 있을 수 있지만 정식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도깨비', '플랜8', '붉은사막 ' 등 신작 개발은 중단없이 잘 이어지고 있다"며 "E3게임쇼가 예년처럼 정상적으로 개최됐다면 올해 출품해 이 신작들을 선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펄어비스는 김대일 창업자가 2010년 9월 설립한 게임사다. PC온라인게임 '검은사막'과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흥행으로 명망을 쌓았다. 유니티나 언리얼 등 외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검은사막' 엔진을 활용, 기술적 독립까지 이룬 기업이다.

상장 이전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조명받았고, 2017년 9월 상장 후 '제2의 엔씨소프트'로 주목받았다. 2019년 연간 매출 5389억원, 영업이익은 1538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 규모다.

반면 이 회사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은 열악한 실정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이 회사 직원들의 수는 697명인데, 이중 계약직 직원의 수가 183명에 달한다. 평균 근속연수는 1년7개월에 불과하다.

계약직 직원의 비중이 높은 것은 계약직으로 일단 직원들을 채용하고 근무 숙련도와 성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펄어비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엔씨소프트(5.4년)는 물론 한 때 노동강도가 높다고 정평이 났던 넷마블(4,1년)보다 훨씬 짫다.

업계 관계자는 "펄어비스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근무강도가 높고 엄격한 인사관리 탓에 허들을 넘지 못하고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고 나가는 계약직 직원들의 수가 많고, 권고사직이 거듭되며 이탈하는 정규직 직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엘리트 개발자인 김대일 의장과 초기 멤버 출신인 중역들의 기준점이 높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내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매각 불발 후 프로젝트 리뷰를 통해 다수의 게임 개발을 중단하고도 해당 개발자들을 방출하지 않고 품은 넥슨과 비교하면 펄어비스의 인사 시스템은 '냉정 그 자체'라는 것이 중론이다.

관련해 펄어비스는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우리 게임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전체 재직자가 2017년보다 3배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고 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은 로컬라이징 업무나 고객센터 처럼 다른 회사들이 자회사나 외주를 통해 하는 일을 우리는 본사에서 계약직 직원을 뽑아 직접 진행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회사와 단순 비교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의 평균 급여 수준은 엔씨소프트 등 최고 레벨 게임사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고, 회사가 입지한 안양으로 이주하는 직원들에게 전월세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등 복지도 우수하다.

그러나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나 전월세 비용 지원이 끊길 경우, 안양에 거주할 이유가 없어진 당사자에겐 재직 중 주어진 복지가 역으로 부담이 된다.

펄어비스의 인사 검증 기준과 직원들의 퇴사 사유를 명확히 알긴 어렵다.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날 경우 한달치 급여를 더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본인이 동의했다곤 하나 회사가 먼저 요구해 퇴사한 직원들이 전 직장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 측 해명대로 '대명천지'에 노동법이 보장하는 범위를 벗어난 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현직 직원들이 입을 모아 '물갈이가 일상'이라고 토로하는 현실, 평균 근속연수를 감안하면 펄어비스의 고용안정성이 열악한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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