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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흐름된 '온라인 수업'…"한국은 준비부족과 수준 저하가 문제”

온라인 강의, 실제 수업과 학습 성과는 같고 비용은 훨씬 적게 들어
박응서 선임기자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영풍초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머니투데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초중고가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조치를 시행했다. 학교에서 실제 수업을 하는 대신, 교사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태블릿이나 컴퓨터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까지 모두 온라인 수업에 대해 불만이 높다.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부터, EBS강의로 수업을 대신한 수업은 학교 수업의 장점이 없다는 불만까지 다양하다. 학부모들 역시 수업 중에 학생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학생들이 딴 짓을 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준비 부족으로 인한 온라인으로 수업하기가 쉽지 않다. 또 학생들이 출석을 하지 않거나 수업 중에 사라져도 막을 수도 없다. 집에 학부모가 같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공부에 의지가 약한 학생만 있을 때는 난감한 상황이다.

온라인 개학 후 실제 수업에서 우려했던 문제들이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켜놓고 유튜브를 봤다”, “영상은 나오는 대로 두고, 나는 학원 숙제를 했다”고 밝히며,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개학 첫날인 지난 9일은 접속 오류까지 발생해 수업이 뒤늦게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수업에 많이 이용된 EBS 온라인 클래스는 9일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까지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10일 “어제는 로그인이 안 돼서 반 단톡방에 불이 났다”며 “다행히 오늘은 아무 문제 없이 수업 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업은 EBS 강의와 학교 선생님 강의가 혼합해서 진행됐다”며 “숙제도 올려야 하고, 인쇄가 필요한 과제도 있어 바빠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3을 담당하는 B 교사는 “우리반 학생 중 70% 정도는 제 때 온라인 수업에 로그인하는데, 나머지는 전화기를 꺼놓거나 안 받는 애들이 있다”며 “부모님과도 연락이 안 돼 아침마다 전화하느라 전쟁”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 개학을 진행했던 싱가포르도 집단 감염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지난 8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확진자 증가세가 줄어들면서 오프라인 개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말한다. 싱가포르 상황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온라인 교육이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실제 수업과 같은 학습 성과를 냈다는 연구결과가 국
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모스크바대, 스탠포드대, 코넬대 공동연구진은 러시아의 3개 대학에서 2학년 공학 전공학생들 32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대학에서 직접 수업을 듣고 토론에 참여한 ‘실제 수업’형, 두 번째 그룹은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직접 토론에 참여한 ‘혼합’형, 세 번째 그룹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완전 온라인’형이다.

연구진은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한 뒤, 과제 성적, 기말시험 성적, 과정 만족도 세 가지를 측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기말 시험 성적은 세 그룹 모두 같았다. 완전 온라인 그룹은 과제 성적이 다른 그룹보다 약간 높은 반면, 과정 만족도를 낮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교육비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혼합 그룹은 실제 수업 그룹보다 교육비가 학생 1명당 15~19%가 줄고, 완전 온라인 그룹은 무려 79~81%가 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교육프로그램 EM과 CMT에 대한 학생 1000명당 교육비 그래프. 사진제공=치리코프

이런 배경에서 일부 온라인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수업으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업 수준을 높여 온라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교육은 최근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사교육 중심으로 온라인 강의가 크게 발달해 있다. EBS 수업이 대표적이다.

또 디지털교과서 등 IT 기술을 활용 수업 개선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2014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한 전국 72개 연구학교 교사들은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과 문제해결력이 향상됐고,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계도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며 온라인 강의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림이 되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가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상호작용하며 학습한다는 목표를 갖고 진행된다.

온라인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은 단순히 온라인이라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며, 부족한 준비와 이로 인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전환을 고려하기보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어떻게 개선할지로 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안정적인 서버 확보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며 “하지만 문제점으로 지적한 학생 관리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 수업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수업은 단체를 대상으로 똑같은 수준으로 수업해야 하는 학교 수업처럼 전체를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데 적합한 수업이 아니고, 듣는 사람이 존중되는 수업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김병진 소장은 “학교 수업의 틀로 바라보면 온라인 수업이 문제점 투성일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에 대한 올바른 시각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이 가지는 특성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학교 수업과 똑같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또 김 소장은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세대가 다르다. 학생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멀티플레이에도 능숙하고 영상에 익숙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온라인으로라도 개학해서 다행”이라며 “아이들 생각보다 잘 해낼 것”이라 긍정적인 기대를 밝히기도 했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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