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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문 대통령이 밀겠다는 배터리 사업...정부는 '제도적 방치'

환경부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후 처분 제도 없어 방치
폐배터리 새활용 시장 만드는 사업자 연말까지는 기다려야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soonwoo@mtn.co.kr2020/04/28 14:54



“전기차 배터리는 쌓아두면 성능이 떨어져요. 대통령도 새로운 산업을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는데, 뻔히 폐배터리가 방치돼 있는데 제도가 없어서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니 답답할 뿐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휴대용ESS(에너지저장장치)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 대표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휴대용ESS는 캠핑장 등 야외에서 전기를 사용할 때 활용하는 대형 배터리입니다. 지금은 야외에서 전기가 필요할 때 석유 발전기를 사용합니다. 발전기는 소음이 크고 매연이 발생합니다. 한적하게 즐기고 싶은 캠핑장에서 쾌쾌한 매연과 소음은 주변 사람까지 불쾌하게 합니다.

대형 배터리인 휴대용ESS를 활용하면 야외에서 전기장판, 전기커피포트 등 전자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에 전기가 부족하면 보조 배터리를 활용하듯 어디서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입니다.

지금껏 휴대용 ESS가 상용화가 되지 않은 이유는 배터리의 성능이 낮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폐배터리

A 대표가 휴대용ESS의 상용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지점은 전기차 폐배터리입니다. 전기차는 고성능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전기차는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내야하고, 대용량 전기를 저장해야 합니다. 또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춰야 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 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만드는 빅3가 있습니다.

휴대용ESS는 자동차에 사용 할 정도의 높은 성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에 탑재됐던 배터리를 재사용하더라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 배터리는 수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휴대용ESS를 만들 수 있습니다.

A 대표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휴대용ESS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개발비투자를 통해 회로를 설계하고 디자인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는 점점 더 많아질 테고 거기서 나온 배터리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수출 시장도 엄두에 뒀습니다.

문제는 폐배터리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전기차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대신 폐차를 할 때 배터리를 반납해야 합니다. 폐배터리는 그냥 처분할 경우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정부가 관리하는 겁니다.

전기차 배터리 회수 의무화가 법제화 된 것은 무려 2013년 일입니다. 5년이나 지난 2018년 12월 26일 의무회수를 시작해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거된 수많은 전기차 폐배터리는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보관돼 있습니다.

A 대표는 창고에 그냥 쌓여 있는 폐배터리를 매입하려 했는데 당혹스러운 상황과 마주쳤습니다. 배터리를 수거하는 제도는 있는데 처분하는 제도가 없다는 겁니다. A 대표는 수차례 정부에 배터리를 처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관 부서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A 대표는 “A과에 전화하면 담당이 아니라고 B과에 전화하라고 하고, B과에 전화하면 A과 담당이라고 하면서 언제쯤 배터리를 매입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2분기부터는 상용화를 해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도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2013년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8만 4438대에 달합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보급 43만 3천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폐차대수는 2018년 860대에서 2022년 9155대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반드시 해야 하고 빨리 해야 합니다.

폐배터리는 무단으로 폐기할 경우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또 새로 배터리를 만들려면 니켈, 리튬 등 자원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폭발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록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최대한 재사용을 해야 합니다.

한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일본 도요타 하이브리드차에는 니켈수소 배터리가 들어가고, 중국 전기차는 대부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씁니다. 우리나라 전기차는 대부분 성능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품질이 좋은 만큼, 폐배터리 새활용 제품의 가능성도 높습니다.

제품 개발 후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제품 출시는 기약이 없습니다. 폐배터리 처분 제도를 만들어야 할 환경부의 계획대로라면 근 시일 내에 처분 제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열어 보려는 민간의 도전과 달리 정부의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환경부는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따라 새활용을 할지, 물질 재활용을 할지 기준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또 안전한 재활용을 위한 검증 체계를 고안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집중해서 정리하고 폐배터리 처분 절차를 체계화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민간 사업자들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소한 연말까지는 상용화를 기다리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포항규제자유특구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방문해 “철강이 산업의 쌀이었다면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며 배터리 새활용 산업을 응원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 사용후 배터리 자원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산업화 방향을 민간에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업자들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폐배터리 자체를 구입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동차 재활용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화두입니다. 올레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2020 CES에서 “지구를 위한 해결책은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닛산 자동차는 스미토모와 조인트벤처 ‘4R에너지'를 설립해 재활용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찾아온 다시 한번의 기회,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경쟁자들은 뛰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입니다.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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