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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신원 보장해 줄테니 검사하라는 정부…세부 동선 공개하라는 회사

20~30대 직장인, 직장 내 괴소문 우려에 검사 꺼려
기업 경영ㆍ근로자 안전 챙길 묘안 필요
최보윤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의 한 클럽. 사진=뉴스1>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세로 또 다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클럽을 다녀온 아들로 인해 노모가 전염되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은 학원 강사로 부터 2~3차 감염에 노출되고 있다.

동료의 확진으로 직장이 폐쇄되고 백화점, 음식점, 커피숍 등은 또 다시 임시 휴업 공포에 휩싸였다.

정부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전부 검사해 보는 것이 목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정부는 이번 주 안에 모든 방문자를 찾아내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확산 진원지로 꼽히는 곳이 클럽인 만큼 익명 보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검사자에게 이태원 방문 여부만 확인할 뿐 어디를 갔는지 구체적인 것을 따져 묻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앞서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신도들이 많아 검사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여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이 나와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원 주점이나 클럽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대학생들도 즐겨 찾지만 사회 초년생 등 직장인이 대다수다.

그런데 젊은 직장인들은 정부의 익명 보장 약속이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직장 내 소문이 삽시간에 퍼질 수 밖에 없어서다.

비밀 보장은 커녕 대놓고 세부 동선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최근 이태원 일대 방문 이력을 전수 조사했다"며 "선제적으로 해야할 마땅한 조치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이태원 방문 이력을 보고한 사람에게 세부 동선까지 따져 물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밤 이태원 소재 한 주점을 방문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한다"며 "그날 밤 클럽을 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이태원 방문 이력만으로도 회사에 민폐인데 클럽이라도 다녀왔더라면 얼굴들고 회사를 다닐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격리에 대한 부담도 크다.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의 한 유명 맛집을 다녀와 검사를 받아보고 싶지만, 그러려면 음성이 나와도 2주간 격리돼야 하는데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검사를 포기했다고 했다.

클럽은 아니었지만 유명세가 있는데다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 당시 음식점은 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회사 역시 이태원 일대 방문 이력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고 하지만 정작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회사는 물론이고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감염병과의 싸움은 속도전이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고 전파력이 강력해 쉽지 않은 상대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임직원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세부 동선을 요구하거나 뒷말을 만드는 일은 서로를 최악으로 내몰 뿐이다. '방역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기업과 직장인들 역시 세련된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최보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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