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우주 끝 밝힐 수 있는 표준촛불 후보 제시

활동은하핵 3C 84를 포함하고 있는 은하 NGC 1275. 사진제공=천문연

우주의 크기는 140억 광년으로 알려져 있다. 빛의 속도로 140억 년을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같이 엄청나게 먼 거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거리를 측정할 때 고유 밝기를 아는 천체를 이용한다. 이때 쓰는 천체를 표준촛불이라고 한다. 마치 나무와의 거리와 각도를 이용해 나무 높이를 아는 방법처럼 기준이 되는 천체를 이용해 우주 거리를 알아내는 원리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제프리 호지슨 박사와 이상성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이 지금까지 이용하던 표준촛불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천체인 활동은하핵‘3C 84’가 표준촛불 후보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전까지 확인된 표준촛불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은 초신성이다. 그런데 초신성의 밝기는 아무리 밝아도 최대 100억 광년까지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보다 먼 거리는 측정할 수 없는 셈이다.

반면 연구진이 이번에 검증해 표준촛불로 제시한 활동은하핵은 초신성보다 훨씬 밝아, 우주 크기로 알려진 140억 광년까지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우주 끝을 밝힐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표준촛불은 빛의 밝기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다. 더 밝고 먼 거리의 활동은하핵을 찾을수록 더 먼 우주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제공=천문연

활동은하핵은 활동성이 강한 은하 중심 영역으로, 태양보다 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 높은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블랙홀이 강한 빛을 낸다. 연구진이 이번에 검증한 ‘3C 84’는 페르세우스자리 A 은하 중심에 있는 활동은하핵으로, 측정 거리는 2억 5,000만 광년이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우주 크기인 140억광년까지 측정할 수 있는 활동은하핵을 찾아낼 예정이다.

제프리 호지슨 전파천문본부 박사는 “활동은하핵이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하는 중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