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왼손 방향 스핀파 세계 최초 증명

황찬용 책임연구원(오른쪽)과 김창수 선임연구원이 광산란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표준연

국내 연구진이 60년 동안 이론으로 알려지던 왼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파를 세계 최초로 증명해냈다. 이에 따라 스핀을 이용한 차세대 소자 개발에서 새로운 전자소자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황찬용 책임연구원과 김창수 선임연구원이 포함된 자기술연구소 양자스핀 연구진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수길 박사, 김갑진 교수, 김세권 교수와 공동으로 전이금속 코발트(Co)와 희토류 가돌리늄(Gd)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코발트가돌리늄(CoGd) 준강자성체에서 왼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파를 확인하고, 관련한 물리 현상들을 새롭게 알아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널리 사용하는 전자 소자는 전자가 지닌 전하, 즉 양전하(+)와 음전하(-)를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이 전하를 이용하는 실리콘 소자는 크기를 줄일수록 열이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만큼 전기 소모도 크고, 크기를 줄이기 어려운 한계가 발생한다.

전자는 전하 외에도 스핀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스핀을 이용하면 초고속저전력 전자소자를 만드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스핀 조절에 에너지를 매우 적게 쓰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가 한창인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와 스핀을 함께 조절하는 기술이다. 스핀을 이용해 기존 전자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핀에 자기장을 주면 오른손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런데 1960년대에 스핀이 왼손 방향으로도 회전할 수 있다는 이론이 제시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실험적으로 확인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빛과 스핀파를 충돌시키는 브릴루앙 광산란법을 이용해 왼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파의 존재를 실험으로 증명해냈다. 수십 피코초(ps, 1000억분의 1초) 영역에서 스핀이 왼손 방향으로 회전함을 처음 관찰했다.

또 자기 성질을 띠는 정도가 0이 되는 온도에서는 스핀파 에너지가 0에 가까워지고, 자기장이 강해지면 총각운동량이 0이 되는 온도도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핀이 여러 개 모여 있으면 서로 연결되며 함께 움직이는 특성을 보여 스핀파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번에 왼손 방향 스핀파 발견이 왜 중요한 것일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스핀에 자기장을 주면 오른손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생각으로 전자소자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왼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추가됐다.

예를 들어 0과 1이라는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하면,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핀도 마찬가지다. 기존처럼 오른손 방향만 고려하면 가능성은 한 가지다. 하지만 왼손 방향까지 고려하면 훨씬 다양한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왼손 방향 회전 스핀과 오른손 방향 회전 스핀이 만나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자소자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황찬용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오른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에 대해서만 연구가 진행됐다”라며, “왼손 방향 회전 스핀을 최초로 증명해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개발에서 새로운 지평선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온라인에 30일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