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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이상열기' 카카오게임즈의 허실...'한국의 테슬라' 될까

서정근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게임즈의 전신인 엔진은 지난 2015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네시삼십삼분으로부터 총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엔진의 기업가치를 980억원으로 산정하고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엔진은 카카오 계열사 중 하나였으나 다음게임과 합병하기 이전이었고, 당시 카카오의 게임사업 핵심은 카카오 본진이 운영하고 있던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이던 때입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실체없는 투자라고 볼 수 있으나 이들은 당시 엔진과 카카오의 연결고리를 감안해 선제 투자를 단행한 것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공모가(주당 2만4000원) 기준으로만 유지되어도 시가총액이 1조7600억원입니다. 에이티넘과 LB가 당시 50억원씩 투자했던 당시에 비해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가 17배 가량 커진 것입니다. (네시삼십삼분은 회사 사정상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조기 매각, 관련한 수혜를 온전히 누리진 못하게 됐습니다.)

3년이 지난 2018년 2월 텐센트와 넷마블, 액토즈소프트, 크래프톤, 프리미어 M&A PEF 등이 카카오게임즈에 '프리 IPO'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텐센트와 넷마블이 각각 500억원씩 1000억원을 출자했고, 나머지 3개 주체가 400억원을 출자해 총 1400억원을 납입했습니다.

이들로부터 투자받기 이전 카카오게임즈 회사 가치를 7000억원으로 산정하고 집행한 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가 유입된 후 카카오게임즈의 회사 가치는 8000억원대 중반으로 올라섰습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게임즈가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고, "시가총액 1조5000억원 이상은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일때 였습니다. 당시 투자참여자들은 "최소한 두 배 장사는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2년여가 지나 그 기대가 실현됐습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진행한 일반 공모 청약에 60조원에 육박하는 돈이 몰렸습니다. 최종 경쟁률은 1524대1, 청약 증거금은 58조5543억원으로 SK바이오팜에 몰렸던 증거금(약 31조원)의 두배에 육박합니다. 증거금과 경쟁률 모두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가치에 주목하고 선취매에 성공한 FI(재무적 투자자)들의 초대박, SI(전략적 투자자)들의 대박에 비할바 아니지만 청약에 당첨된 이들도 공모가 2만4000원에 주식을 취득하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문제는 오는 10일 이후 장내 거래를 통해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취득할 일반 투자자들의 선택입니다. '신드롬'에 가까운 청약열기를 감안하면 '따상(공모가 대비 두배 이상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인데, 이 경우 카카오게임즈 주식 주당 가격은 6만2400원입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따상'에 성공하면 거래 첫날 종가기준 카카오게임즈 시가총액은 4조5679억원이 됩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카카오게임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58억원입니다. 기존 게임 상장사 중 카카오게임즈와 반기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유사한 ▲ 웹젠(반기 영업이익 259억원)의 시가총액은 1조3259억원입니다. ▲ NHN(반기 영업이익 547억원)의 시가총액은 1조4400억원 ▲컴투스(반기 영업이익 616억원)의 시가총액은 1조6379억원 ▲펄어비스(반기 영업이익 967억원)의 시가총액은 2조3923억원입니다.

기업가치를 영업이익에 단순비례해 책정할 순 없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르고 미래가치가 다르니까요.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잣대가 영업이익인 탓에, 대체로 게임업계에선 카카오게임즈의 적정 시가총액 규모를 1조5000억원 전후로 추산했습니다. 공모가 산정은 그러한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신드롬에 가까운 쳥약열기가 더해지며, 거래 초기 시장가치는 이같은 컨센서스 대역폭 최상단을 까마득하게 넘어설 전망입니다.

신드롬의 진원지는 코로나19로 확산된 언택트 열풍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 카카오가 네이버, 엔씨소프트와 함께 언택트 수혜주 3대장으로 약진하고 있는데, 카카오 계열사 중 첫 IPO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습니다. 게임주 전체가 언택트 수혜로 훈풍을 타고 있습니다. 더블 이펙트가 더해지며 이상열풍이 벌어진 것이지요.

카카오게임즈의 세일즈 포인트도 명확합니다. "우리는 카카오다.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게임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의 텐센트가 될거다" 입니다.

그러나 카카오 플랫폼이 게임 이용 보급 확산의 촉매제가 되는 것은 카카오가 선별한 소수의 캐주얼 게임이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에 탑재되어 사람들을 흡인하던 2012~2014년에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텐센트가 될 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 텐센트도 초기에는 큐큐나 위챗 같은 메신저에 게임을 붙여 성공했으나,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양질의 개발진을 꾸려, 이제 자체 개발력으로도 '중화제일'의 경지에 올라있습니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아직 자체개발진을 통해 히트작을 내지 못했습니다. 김범수 의장과 남궁훈 대표가 NHN 한게임으로 게임 빅3의 반열에 올랐을때도 자체 개발력이 약점이었는데, 15년이 지난 카카오게임즈도 비슷한 상황인 것이지요.

요즘 게임세상에서 가장 큰 자산은 이미 한 번 성공을 일군 PC 게임의 IP인데, 이 회사가 가진 IP는 라이언 등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 캐릭터 외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캐릭터를 통해 만들수 있는 게임 장르는 캐주얼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는 RPG 장르 위주의 시장 트렌드와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메우기 위해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했는데, 피인수 전후 엑스엘게임즈가 보이고 있는 '혼조'를 감안하면 이 회사를 통해 약점을 메울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진짜 강점은 현존 게임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맥입니다. '덕장' 김범수 의장이 추진력 있는 '용장' 남궁훈 대표와 재회해 게임사업 전권을 맡겼고 이들이 갖춘 진용에 조계현 대표 등 네오위즈 전성기를 주도했던 사단들이 합류해 게임사업에 관한한 독보적인 공력을 갖췄습니다.

이들의 인맥과 선구안으로 크래프톤에 선투자를 단행해 '배틀그라운드' 국내 사업권을 얻었고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패스오브엑자일', '가디언테일즈' 등 배급게임 성공작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가디언테일즈'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가도에 올랐습니다. 이같은 외부 배급게임 연속 흥행은 카카오게임즈 외의 다른 회사라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엑스엘게임즈 외에도 김재영·김희재·반승철 등 유력 프로듀서들이 설립한 신생 개발사에 지분을 투자해 이들의 차기작 판권을 확보했고, '카이저' 개발사 패스파인더에이트도 우군으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체급'과 청약열기 사이에 괴리가 큰데, 결국 공모자금을 통해 M&A를 단행해 매출을 불리고 체급을 키울 수 박에 없습니다. M&A로 매출을 불리고 이익규모 또한 시장의 기대에 맞게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재 국내외 게임시장에서 M&A를 통해 인수주체의 '팔자'를 바꿀 매력적인 매물이 씨가 마른 것 또한 분명합니다. 넷마블이 게임 회사가 아닌 정수기 회사를 인수한 것도, 넷마블과 카카오가 출혈을 감수하고 넥슨 인수에 나섰던 것도 이러한 상황 탓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자금은 선투자를 단행한 개발사들의 게임이 흥행할 경우 이 개발사들을 인수하는데 우선 쓰일 전망입니다. '가디언테일즈'를 개발한 콩스튜디오가 1순위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청약열기가 장내거래로도 이어져 기세를 이어간다면, 그 또한 '현실'로 인정해야 할 일입니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은 60억4000만달러(약 7조원)규모로, 현대차(21조원)의 1/3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테슬라 시가총액은 한화 기준 495조원으로, 현대차(시총 37조5000억원)를 까마득하게 앞섭니다. 테슬라의 고공행진은 기존 고정관념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열기가 더해지며 넷마블 등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앞서 취득했던 SI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무관한 회사들도 '키 맞추기' 개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게임업종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겠지요.

10일 거래시작 직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어느 정도 선에서 형성될지 예단킨 어렵습니다. '제2의 바이오팜'을 넘어 '한국의 테슬라'가 되길 바라는 이들도 있을테고, '따상' 열풍에 편승해 얼른 매도 차익을 노릴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일 먼저 대박을 낸 FI들이나 IPO를 2년 앞두고 주식을 취득한 SI들, 청약에 성공한 이들보다 IPO직후 공개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투자자들이 훨씬 큰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게임업종의 특성과 이 회사의 허실을 우선 먼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씨앗을 뿌려놓은 투자기업들의 차기작이 속속 라인업에 합류하는 점은 긍정 포인트입니다. 반면 펄어비스가 카카오게임즈와 '검은사막'의 해외서비스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점은 부정 포인트입니다.

코로나19 관련 언택트 효과의 지속여부와 그 시기, 글로벌 시황과 금융 흐름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습니다. 신드롬에 가까운 열기로 인해 등락폭이 클 수 있습니다. 이 회사에 후광을 더하는 외생변수만 보지말고 회사의 특성과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한 후 '눈높이'를 정교하게 맞춰야 할 것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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