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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파일럿과 영어공부 해요" 코로나19가 바꾼 항공업 종사자의 삶

휴직 기간 아르바이트 ㆍ마통 개설 ㆍ중고 거래 등으로 버티는 항공업 종사자들
"언제 직장으로 돌아갈지 막막 …고용 불안 우려도 제기"
김주영 기자




"파일럿과 함께하는 영어 공부!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조종사의 책임감으로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근 한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어과외 모집공고입니다. 시간당 2만 5,000원.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과외를 모집한 사람은 국내 한 항공사의 조종사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조종사의 연봉은 최소 1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휴직으로 월급과 수당이 크게 줄면서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조종사 뿐만이 아닙니다. 객실 승무원과 사무직 직원,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항공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긴 휴직으로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직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재취업이 금지됩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항공사가 시행중인 유급 또는 무급휴직 급여의 주요 재원입니다.

때문에 과외 또는 강연, 그외 소일거리 정도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입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원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회사 차원에서 제재할 형편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적금과 보험을 해약하는가 하면 중고물품 거래 등 이른바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로 버티는 항공업 종사자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항공사 승무원은 "휴직이 길어지면서 가방과 신발 등 갖고 있는 물건들을 팔아 용돈을 쓰고 있다"며 "판매할 만한 물건이 얼마 남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쩔수 없이 부부가 맞벌이를 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한 항공사 사무직 부장은 "휴직에 들어가면서 월급이 줄었는데, 아이들 학원비가 고정적으로 나가다보니 아내가 마트에 캐셔로 취업했다"며 "동료 직원 중에는 학원비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이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사도 항공업 종사자들이 휴직 기간 활용하고 있는 주요 카드입니다. 공항과 가까운 서울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 일대에는 최근 '단기 임대' 매물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 항공사 직원은 "월세가 부담스러워 휴직기간에 본가에 내려갈 생각"이라며 "동시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유튜버로 데뷔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튜브에 승무원을 검색하면 '반백수 승무원 브이로그' , '백조가 된 승무원은 무얼 하고 있을까?' 등 몇 달 사이 승무원 관련 콘텐츠가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무직 젊은 직원들 중엔 다른 회사의 경력직 면접에 가서 경쟁자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평소에는 이직을 한다고 하면 괘씸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합격 소식이 들려오면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휴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항공업 종사자들은 긴 휴직 끝에 돌아갈 안정적 직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당장 연말이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이 끝나 대부분의 항공사가 무급휴직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항공사 직원은 "유급휴직은 기한이라도 있지만 무급휴직은 명확한 기한도 없다"며 "다음은 구조조정 수순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대량 실업 사태가 다른 항공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항공업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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