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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금융+] 보험사, 자회사 GA 설립 속내는

갑작스런 이직 요구에 직원 반발...이에 통 큰 위로금 지급한 곳도
공룡된 GA에 직접 맞서는 보험사..."디지털 접목해 GA 키울 것"
유지승 기자


보험업계가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판매 자회사로 두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GA를 신규로 세우거나 아예 본사의 판매조직을 떼어내 자회사로 옮기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도 GA를 자회사로 둔 보험사가 꽤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미미해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험사가 대거 자회사 GA 설립에 나서면서 보험업계 전체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자회사형 GA를 함께 운영하는 다른 보험사와 달리 본사 영업조직을 없애고 관련 직원을 GA로 대거 이동시키는 변화를 단행했다.

제판 분리(상품제조와 판매조직의 분리)는 그간 GA 전문 업체들이 수수료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보험사에 요구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판매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을 우려한 보험사는 이를 반대해왔지만, 돌연 직접 GA를 차려 제판 분리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잘 나가는 GA는 보험사가 운영하는 자회사 GA가 아닌 판매 채널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이다. 덩치를 키운 GA의 경우 보험사의 매출을 쥐락펴락할 만큼 큰 파워를 갖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사의 상품을 더 팔아 달라며 전문 GA 업체와 그 소속 설계사에게 경쟁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이에 보험사는 직접 자회사 GA를 세워 GA 전문 업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GA의 경우 다른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가입과 판매 모두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보험사는 자회사 GA를 통해 설계사와 고객을 끌어와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한편으론 오는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의 손실분을 인력 축소 등을 통해 메우기 위한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자회사로 이직 요구를 받은 보험사 본사 내 영업조직 직원들이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노조와 직원들은 "향후 서서히 직원들을 구조조정을 하려는 목적이 깔려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 GA 이동을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올라와 동의가 5,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보험사들은 노조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GA 자회사 설립시 고용와 임금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28일까지 GA 자회사로 이동을 신청한 직원에게 통 큰 위로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직한 직원에게 최대 3년치 연봉에 1,000만원을 더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연봉 5,500만원의 직원의 경우 1억 7,500만원의 위로금을 받게 된다. 파격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GA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달리 오는 4월 자회사 GA 출범을 앞둔 한화생명은 노조와의 갈등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노조 측은 본사 영업조직 직원들을 GA로 옮기도록 한 것은 '강제 이직'이라며, 고용과 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본사와 강경하게 대치 중이다. 같은 이유로 보험설계사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직원들이 자회사 GA로 옮기는데 거부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보험사의 운영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GA 설립에 나선 보험사들 모두 '디지털' 강화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점차 기존 인력을 줄이는 대신, IT 인력 확충 쪽으로 방향이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점차 보험산업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직의 구조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는 사람이 해왔던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고 있고 대신 IT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1호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직원 절반 가량이 IT 인력이다. 다른 비용을 줄이고 IT 기술에 예산을 투입하는 실정이다.

이밖에 신한생명은 지난해 8월 자회사 GA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했고 현대해상은 자회사 GA 출범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들 보험사는 본사의 영업조직을 GA로 이관하지 않고 투트랙으로 운영할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은 없는 상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자회사 GA 설립을 통한 제판분리와 더불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보수적이었던 보험산업에도 구조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영업조직의 힘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만큼, 직원들과 설계사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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