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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금요외식회] '끔찍한 혼종' 혹은 '천생연분'…식품사의 아슬아슬한 협업

- 식품업계의 이색 컬래버레이션 열풍 한창
- '반짝 관심'보다 '온고잉 제품' 처럼
김소현 기자

'곰표 맥주', '골뱅이 맥주', '꽃게랑면'에 '메로나 넥타이'까지. 말 그대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다.

최근 식품사를 중심으로 '이색 협업'이 대세다. 오죽하면 친구 A는 "요즘 대세는 '혼종'이구나"라고 말할 정도다.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업계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동종업계를 넘어서 이종업계 간의 협업도 이어지면서 '컬래버레이션'의 가능성은 무한 확장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협업에 소비의 재미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업계도 무조건 '컬래버'만 외칠 수 없는 입장이다. 단순한 재미만으로 '반짝 관심'으로 끝날지 소비자 취향 저격으로 길이 남을 '협업 사례'가 될 수 있을지 늘 고민 속이다.

쏟아지는 '협업' 러쉬 속에 이색으로 주목받는 세 가지 제품을 모아봤다.

■ '어? 너 뭐 하는?'…껌과 맥주의 만남

세븐일레븐의 이색 콜라보 수제맥주 '쥬시후레쉬맥주'/사진=김소현 기자


"그래, 밀가루랑 구두약보다는 껌이 낫긴 하지"

국민 장수 껌 '쥬시후레쉬'와 수제맥주가 만났다. 맥주 이색협업 라인업에 '껌'까지 추가됐다.

패키지도 '쥬시후레쉬'의 색과 디자인을 그대로 입혀 껌의 맛을 그대로 구현할 듯했다. 쥬시후레쉬의 달콤한 과일 향과 라거의 청량감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

캔을 따자 느껴지는 달콤한 과일 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맥주와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색도 일반 맥주 색과 유사했다. 쥬시후레쉬의 향만이 '나는 독특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한 입, 두 입. 이게 무슨 맛이지 싶었다. 탄산은 강하지 않았고 계속 마시다 보니 쥬시후레쉬의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향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맥주의 향이 첫입으로 시작해 반 캔 정도까지는 향기롭게 느껴졌다면 그 이후부터는 향수 냄새 가득한 엘리베이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느낌이었다.

잘 먹지 않게 된 쥬시후레쉬의 향을 다시 느껴봤다는 정도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장수 제품의 재탄생은 아직 '미완'인 걸로.

■ '돈쭐을 내줄 테다'…뚜레쥬르가 일냈다

뚜레쥬르X교촌의 '교촌 오리지널 고로케(왼쪽)', '교촌 레드 고로케(오른쪽)'/사진=김소현 기자


커뮤니티를 통해 접하게 된 뚜레쥬르와 교촌의 컬래버레이션. '합성 아냐?'라고 외칠 정도로 충격이었다.

특히 메인 제품으로 밀고 있는 듯한 '고로케 2종' 제품은 모양부터 내용물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어 보였다.

교촌의 대표 제품 '교촌시리즈'와 '레드시리즈' 소스가 그대로 들어갔다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유행어)을 내주겠다', '배우신 분들이다' 등 소비자들도 출시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기대감에 연일 매진되는 인기 속에서 '뚜레쥬르X교촌'의 크로켓 제품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겉에 붙은 쌀 튀김은 교촌의 '살살치킨'을 가져다 놓은 듯했다. 크로켓 겉면에 발라진 소스는 교촌의 색을 그대로 나타냈다. 교촌의 간장 소스와 레드 소스가 듬뿍 발려 향이 물씬 났다.

빵을 전문으로 리뷰하는 한 유튜버의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5분간 돌려먹어라'라는 조언을 그대로 실천했다.

에어프라이어에서 나온 빵 겉면의 쌀 튀김은 더 바삭해졌고 향은 치킨 한 마리를 시킨 것처럼 진한 향을 내뿜었다. 반을 갈랐을 때 보이는 내용물도 풍부해 보였다.

생각보다 레드소스가 발린 '교촌 레드 고로케'보다 '교촌 오리지날 고로케'가 더 짜고 자극적이었다. 내용물은 두 제품 모두 생각보다 담백해 겉의 짠 소스와 조화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맥주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치킨처럼 '반반' 제품도 출시됐다. 교촌의 치킨 포장을 본따 크래프트지 박스에 담겨 제공된다.

지난여름 '메로나' 시리즈 성공에 이어 뚜레쥬르의 '협업 노하우'가 이번 '교촌'시리즈에서 절정을 맞은 느낌이다.

■ 불혹을 앞둔 양파링과 짜파게티의 만남
농심의 '양파링'과 '짜파게티'가 만나 탄생한 '짜파링'/사진=김소현 기자


수년간의 소비자 사랑으로 그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양파링'이 한 살 동생 '짜파게티'와 만났다.

양파링은 1983년, 짜파게티는 1984년 출시된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농심에서 약 40년간 판매된 장수제품이다.

농심은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맛',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 등 자사의 스낵 제품과 라면 제품의 협업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이번 '짜파링'도 그 협업의 일환.

양파가 짜장면의 주재료로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제품으로 기존 양파링보다 링 모양이 조금 작은 '미니'사이즈로 출시됐다.

"그냥 양파링 같은데"

봉지를 열고서는 바로 '짜파게티'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지나서야 짜파게티 조리 마지막에 '올리브유'를 넣을 때 나는 향이 살짝 났다.

진가는 먹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봉지를 열었을 때 미약했지만 입안에서는 창대하리라.

씹고 나서 깊게 올라오는 짜파게티 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주말 점심 가족과 함께 끓여 먹던 짜파게티 향. 그중에서도 짜파게티 컵라면 제품 맛과 훨씬 유사했다. 양파링의 식감은 컵라면의 설익은 면처럼 느껴졌다.

짜파게티 향 사이사이 올라오는 양파의 향도 느껴지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차별 '협업'은 피로감 유발…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연이어 쏟아지는 협업,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매직과 구두약과 컬래버한 식품이 등장하면서 실제 제품을 식품으로 오인해 섭취할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새롭고 독특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끄려는 움직임이 과도해지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레트로 트렌드' 편승과 타사 제품의 카피, 단순한 협업 제품 출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협업을 끌어내야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반짝 관심', '일회성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끌어내는 '온고잉(Ongoing)'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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