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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금융+] 실손청구 간소화법이 뭐길래…보험사-의료계 샅바싸움 팽팽

보험사 "소비자 보험금 청구 포기하지 않도록 법 통과 촉구"
의료계 "공공 의료데이터를 민간에 넘기는 꼼수 법안" 반발
유지승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의 간소화가 아닌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법안"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이 통과되면 누가 이익을 볼까. 과연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까?

현실적으로 실손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 손해다. 반면, 보험을 믿고 병원을 가는 사람들이 늘면 병원은 이익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 통과를 격렬히 원하는 쪽은 보험사다. 반면, 의료계는 극구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에는 '보험소비자를 위한,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명분으로 담겼는데, 오히려 보험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법이란 말도 나온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본다.

◆법 통과 간절히 원하는 보험사, "보험금 신청 포기 없도록 전산화"

먼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보험업계의 숙원 과제다.

보험사 주도하에 국회 법 발의가 이뤄졌고, 국회의원들은 보험사 의견을 반영해 관련 법안을 무려 12년째 지속 발의하고 있다.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보험금 청구 방법이 번거로워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이 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더 쉽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보험금이 빠짐 없이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실손보험은 보험사에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은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가입 문턱을 높여왔다.

이런 보험사가 되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당장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청구·심사 전산화로 관련 인건비 등 업무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청구 간소화로 실손 보험금 청구가 늘어날 경우, 그 규모 만큼이나 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실제 이익이 될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보험사가 다른 목적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의료계 "비급여 통제하기 위한 꼼수법"...소비자도 피해?

먼저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진료비를 통제해 사실상 보험금 지급 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보험계약자가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여기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보험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은 보험사에 서류를 전송해야 하는데, 서류 전송 위탁 기관을 설정하는 문제다.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계하는 것을 원하지만, 의료계는 바로 이 점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평원에 쌓인 의료정보 획득이 법 통과를 원하는 보험사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주장이다. 의료계는 병원의 비급여 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꼼수법'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전 국민의 의료정보가 담긴 정부의 공공망을 민간 보험사가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보험사도 할말이 있다. 실손보험은 전 국민 10명 8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

비급여 비용 통제와 관련해서도 병원의 과잉 진료와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실손 사업이 적자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료=금감원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측은 "일부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는 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국민의 공공 의료데이터를 민간에 넘기는건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 편익이란 이름으로 청구 간소화법을 만들고, 실제로는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험사가 심평원에 축적된 개인 진료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의 다른 큰 보험금의 미지급 사유를 만들거나, 질병 위험률을 미리 가늠해 보험 인수를 거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료계의 우려에 따라 심평원이 아닌 제3의 중계기관을 만드는 법안과 심평원이 병원으로부터 받은 진료 정보를 다른 목적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도 추가로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에 들어간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감시하기 힘들고, 일단 큰 틀에서 법안이 발의된 이후 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만약 비급여를 통제하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안과 별개로 정부는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통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6월부터 모든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가 진료비를 모두 부담하는 진료를 뜻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샅바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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