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의 테크&스톡] LCD철수 미룬 삼성DㆍLGD...격동의 디스플레이 시장 투자전략은?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손을 떼려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생산라인 가동 연장에 나섰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에서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지만, 갑작스럽게 LCD 몸값이 뛰면서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는 모습이다.

■ LCD에서 OLED·QD로…백라이트 필요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 시대 개막

질풍노도의 시기인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복잡한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름잡았던 LC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OLED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빛을 내느냐 못내느냐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LCD는 크게 백라이트, 편광판, 액정 등으로 구성된다.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에서 빛을 쏘고, 이 빛이 두 개의 편광판 사이에 들어가있는 액정을 투과하면서 영상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백라이트는 과거 형광램프였지만 현재는 LED가 주로 쓰이는데, 빛이 액정을 투과하는 비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탓에 색재현율이 떨어지고 어둡다는 단점이 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사진=LG디스플레이)

반면, OLED는 픽셀 스스로가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LCD보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데다 보다 정확한 색상과 넓은 시야각을 구현한다. 단점은 유기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기와 수분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감이 달라지거나 번인 현상이 나타나난다. 교체주기가 2~3년 수준인 스마트폰엔 OLED를 적용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한 번 구입하면 10년은 쓰는 TV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OLED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삼성전자의 QLED TV는 기술로 따지면 명백히 LCD 기반의 TV다. 백라이트 앞에 퀀텀닷 필름을 붙여 색재현율을 높인 TV다. 퀀텀닷은 지름 단위가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미세 입자로 빛에 노출되면 특정 주파수의 빛을 발산한다. 퀀텀닷은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에선 OLED와 비슷한데 OLED와 달리 무기재료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시간이 지나도 색감 변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네오QLED TV와 LG전자가 곧 출시할 예정인 QNED TV도 QLED TV와 비슷한 '마케팅' 차원의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자체는 둘다 LCD 기반의 TV다. 기존 삼성전자의 QLED TV와의 차이라면 광원인 백라이트를 LED보다 훨씬 더 작은 미니LED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기존 LCD TV에서 LED 개수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였다면, 미니LED는 초소형 LED 광원을 촘촘하게 넣어 수만 개에 달해 화면밝기가 개선되고, 명암비도 더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퀀텀닷 기술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과 LG가 밀고 있는 진정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모두 '자발광'이 핵심이다. LG디스플레이가 OLED를 밀고 있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QD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적 한계 탓에 그동안 퀀텀닷을 LCD에 붙이는 필름 재료로만 썼지만, 퀀텀닷과 OLED를 접목한 QD-OLED를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 "아직은 LCD 못잃어"…차세대 디스플레이 향한 징검다리

그동안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을 따라잡으며 저가 LCD 공세를 펼쳤고, 코너에 몰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급기야 지난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대신 '자발광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세트업체는 LCD는 중국업체를 통해 조달하고, OLED와 QD로 대표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구상이었다.

국내 업체들이 LCD 생산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예상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갑작스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TV와 노트북 판매량이 급증했다. LCD 수요가 폭증하면서 LCD 시장의 주도권을 쥔 중국 업체들은 일제히 가격인상에 나섰고, 이는 세트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격부담으로 이어졌다. 중국업체들과 가격협상을 위해선 또다른 선택지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지원사격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삼성디스플레이의 QD 설비 반입식(위)과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OLED 양산 출하 차량 모습 (사진=각사)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말까지 LCD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후 연내 매각할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LCD 7세대와 8세대 생산라인의 장비를 매각하고 중국 쑤저우의 8세대 LCD(SSL) 라인 역시 정리해나가던 상황이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LCD 라인은 충남 아산사업장의 L8-2라인 정도로 이곳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상위 라인업 수요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상황도 비슷하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LCD 팹 가동을 연장을 공식화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LCD라인을 계속 돌리게되면 기존 사업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까지의 시간도 버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는데, 중국 업체들이 뒤쫓아오고 있는만큼 기술 전환속도를 더욱 높여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LCD와 OLED·QD 사이의 과도기…관련 소부장 업체들 주목

지금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LCD와 미래를 위한 투자인 OLED 또는 QD.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당분간 디스플레이 생산을 투트랙으로 가져가게 되면서 어떤 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오르게 될지는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동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웍스는 LCD와 OLED 모두에 발을 걸쳐놓은 부품업체로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핵심부품인 드라이버IC를 생산한다. 최근 드라이버IC 공급 부족으로 단가가 인상된데다 OLED TV용 드라이브IC 판매도 증가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056억원, 영업이익은 592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90.8%, 406.1%나 증가한 수치다.

덕산네오룩스는 OLED의 핵심 구성요소인 유기재료를 생산한다. 그동안의 실적은 스마트폰 OLED에 치중돼 있었으나 올해 들어 OLED 노트북과 QD-OLED TV 등 면적이 더 큰 패널로 적용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대상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 1분기 매출은 327억원,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4.3%, 68.2% 증가했다. 향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제품군이 확대되고, QD-OLED TV 패널 양산 본격화되면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OLED용 소재업체인 이녹스첨단소재도 OLED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소부장 업체다. 전체 매출에서 OLED 소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6.6%(올해 1분기 기준)로 가장 많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57% 뛴 13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OLED 소재부문에서 TV 매출이 141%나 증가했는데, 이는 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 출하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에 3만장 규모의 대형 OLED 패널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만큼 이에 따른 성장성도 기대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는만큼 관련 장비 업체로는 에스에프에이를 주목해볼만하다. 에스에프에이는 디스플레이부터 2차전지, 반도체, 유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공정장비와 생산시스템 등 제조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전공정장비와 모듈공정장비, 클린물류(진공물류)시스템 등 다양한 장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한 3,556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 줄어든 423억원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고객사들의 신규 설비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별도 기준 신규 수주금액은 전분기 대비 66%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패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하반기 대형 QD 양산에 이어 신규 투자가 예상되는만큼 관련 수혜주로 꼽힌다.



조은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