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이슈추적] 자금세탁 '은행 면책' 무리수였나…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재깍'

허윤영 기자

thumbnailstart


[앵커멘트]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해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금융당국이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허윤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우선 이 모든 상황이 전개되는 이유인 '특정금융정보에 관한 법률' 이른바 '특금법' 내용부터 간단하게 짚어주시죠.

기자)
9월 24일부터 시행되는 특금법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투명성 제고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특금법 시행 전까지 금융당국에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고를 해야 하는데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은행을 통한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어야만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들은 국내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중 문제는 실명계좌 발급 제휴인데요.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받은 거래소는 약 20곳 정도인 반면 은행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특금법 시행 전까지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은행을 찾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하는데, 이 때문에 줄폐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2) 수익 측면에서 보자면, 은행 입장에선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하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일텐데요?

기자) 그간 지방은행 등 중소형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면, 예수금이 크게 늘고 이를 활용해 외형을 불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뱅크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한달 동안 예수금이 2조원 늘었습니다.

1분기에만 172만명의 고객을 유치했는데, 출범 이후 지금까지 확보한 전체 고객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를 1분기 만에 끌어들인 겁니다.



즉 디지털 전환 등 은행업 생존이 위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 등 규모가 작은 곳들은 거래소와 제휴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주요 은행들은 제휴에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자금세탁 문제, 해킹, 투자자 피해 보상 등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미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상황이라 제휴를 맺으려면 중소형 거래소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대형 거래소보다 상대적으로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족할 수 있어 더욱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기 위해선 면책 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심사과정에서 은행에 고의 혹은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앵커3)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 면책 기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죠?

기자) 은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면책 기준과 관련해 은행들과)대화한 적도 없고 비조치 의견서에 대해 들은 바도 없다"며 "겁을 내라고 하는 것이 금융당국인데 불법자금과 실명거래 관련해선 당연히 (은행이)겁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금세탁 관련 책임이 1차적으로 은행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받아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이익 몇푼에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라며 "그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할 순 없는 일이고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은행권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겁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의 면책 기준을 검토 중이다’라는 식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 금융당국은 애초에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4) 사실 자금세탁 문제는 해외에서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영역입니다. 이에 따른 리스크가 얼마나 큰 건가요?

기자) 미국 같은 경우 금융사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위반하면 제재 수위가 상당히 셉니다. 거의 은행이 망할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테러나 마약 자금 조달에 자금세탁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미국에선 자금세탁 문제가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인 거죠.

기업은행이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 법을 위반해 1000억원 규모의 과태료를 받은 게 대표적입니다.

기업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약 6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과태료 규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미국만큼 테러나 마약 자금세탁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자금세탁을 위반했을 때의 제재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지시·검사의 거부·방해·기피에 대한 과태료는 1억원, 내부통제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1억원,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등입니다.

특히 가상화폐 같은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거래량이 훨씬 많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면 그 파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금세탁방지 제도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자금의 세탁을 적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국내에서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문제 면책을 해준다 해도 의미가 없어서 애초에 면책기준은 무리한 요구였다는 분석입니다.

또 은행은 해외에서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자금세탁 위반'이란 딱지가 붙어버리면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리스크로 꼽힙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스탠다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떠오르고 있어 자금세탁 위반 문제는 점점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5) 이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은 좀 어떤가요?

기자) ‘책임 떠넘기기’라는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자금세탁에 대한 문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사모펀드 사태에서 은행에 책임을 문 사례가 많았던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한 문제를 은행에 책임을 지우는 걸 가장 우려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문제는 은행에 1차 책임이 있다고 못을 박아버린 겁니다.

은행권은 이 발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이 때문에 4대 거래소 외에 추가로 제휴를 맺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꾸준히 경고했던 거래소 줄폐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