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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NHN 클라우드 '쪼개기' 논란, 최대주주 2세 승계 반대운동으로 '불똥'

"NHN 클라우드 '쪼개기 상장' 주주 이익 저해" 주장 나와... 회사 측 "주주이익 보호" 항변
서정근 기자

NHN 클라우드 분할 철회와 임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NHN 소액주주들이 NHN 사옥 앞에 내건 현수막.


NHN의 클라우드 부문 물적분할을 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최대주주 이준호 회장의 2세 경영승계 추진에 대한 '비토'까지 번지고 있다.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클라우드 부문이 '쪼개기 상장'을 단행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준호 회장이 NHN에 재직중인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승계할 예정이고, 주식증여를 통해 2세 승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회사가 주가부양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회사 측은 "NHN 클라우드가 상장하게 될 경우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규 상장 법인의 주식을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모회사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게임부문을 흡수합병하고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다"며 "2세 승계 추진 등은 현 시점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NHN 주주들은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 NHN 사옥과 인근에 NHN 클라우드 물적분할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주주이익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이준호 회장의 아들 이수민 씨의 사내 '고속승진'을 비판하는 문구도 담겨 있다.

NHN 클라우드 물적분할을 성토하는 소액 주주들이 내건 현수막


일부 현수막에는 "물적분할 할거면 NHN 이준호 팔 다리 모두 잘라 분할하라" "재벌흉내 후계자 수업이 웬말이냐"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NHN은 포털업체 네이버컴과 게임사 한게임이 합병해 출범했던 NHN에서 게임 부문이 물적분할해 지난 2013년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사명으로 별도 출범한 회사다. 별도 출범 후 명칭을 NHN으로 '원복'시켰다.

최대주주 이준호 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학사, 카이스트 전산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메사츄세스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하다 NHN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로 재직한 바 있다.

이준호 회장은 당시 국내 검색 엔진 관련 최고 석학으로 조명받을 때 였고, NHN에 합류해 이해진·김범수에 이은 '넘버3'로 위상을 차지했다. 김범수 대표와 남궁훈 미국 대표 등이 NHN을 떠나자 당시 이준호 COO의 위상은 넘버2로 격상됐다.


2013년 8월 NHN의 게임사업부문이 분할해 NHN엔터로 독립하자, NHN엔터의 최대주주로 오너십을 확보했다.

NHN엔터는 그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이 회사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주가가 그에 걸맞게 오르지 않았던데다 핵심 사업들의 물적분할이 이어지면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

NHN은 2015년 NHN재팬의 스마트폰 게임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NHN플레이아트를 설립했고, 2017년 4월에는 간편결제 사업을 분할해 NHN 페이코를 출범시켰다. 지난 4월에는 클라우드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해외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이 '교통정리'의 성격이었고, NHN 페이코는 '적자 성장' 사업인 탓에 주주들의 불만을 사지 않았으나, NHN 클라우드의 경우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았던 탓에 주주들에게 달리 체감됐던 것. 잘 나가던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가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동반하락했던 것 처럼 NHN 클라우드도 본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심리가 조성됐던 것이다.

"돈 안되는 서비스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돈 될 성장사업은 분사해 상장시켜 최대주주만 득을 보고 주주가치는 훼손된다"는 것이 일부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관련해 NHN 관계자는 "회사 정관을 변경해 물적분할한 회사를 별도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게 했다"며 "해당 정관변경으로 물적분할 신규 법인이 별도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규 법인 주식을 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 게임 부문 자회사 NHN 빅풋 흡수합병을 결의한 것도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NHN 빅풋의 영업이익률이 합병 전 NHN 별도법인의 이익률 보다 높아, 향후 합병 법인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대주주 이 회장과 경영진들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신과 불만은 이 회장이 아들 이수민 씨에게 경영을 승계할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이준호 회장은 1964년생으로, 다른 인터넷기업 오너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고령'이다. 이준호 회장 개인 명의로 보유한 NHN 지분이 18.12%, 이 회장의 개인회사 제이엘씨가 14,66%, 또 다른 개인회사 제이엘씨파트너스가 10.6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 이수민 씨와 딸 이수린 양이 각각 2.67%를 보유하고 있다.

정우진 대표, 안현식 CFO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이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지분보유 비율이 49.02%에 달한다. NHN 클라우드 등 신설 자회사의 상장을 위한 '특별결의' 가결이 크게 어렵지 않은 구조다.

이수민 씨는 1995년생으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위 취득후 국내 인터넷 기업에서 재직하다 지난 2020년에 경력직(과장급)으로 입사해 현재 신사업 TF의 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액주주들도 "재벌 흉내를 내며 세습준비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회사 차원에서 승계를 공식화하거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네이버·카카오·넥슨·엔씨 등 주요 인터넷기업 중 대부분은 2세 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히거나 관련한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 비중,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이승주 씨의 이력과 활동 영역 상 2세 경영참여 가능성이 전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가족경영 논란에 휘말리면서 2세 승계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넥슨은 김정주 창업자가 생전에 "2세 경영 승계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세 승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엔씨와 NHN 정도인데, 실제 성사된다면 NHN이 인터넷 기업 중 최초로 2세 경영 승계를 단행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NHN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 지분을 자녀들이 취득하는 방식으로 지분 증여와 경영승계의 물꼬를 트려 한다"는 관측도 주주들 사이에서 나온 바 있다.

이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지배구조에 참여하는 것 처럼 제이엘씨·제이엘씨파트너스도 NHN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 모두 강진규 NHN인베스트파트너스 대표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준호 회장이 설립한 개인회사 제이엘씨파트너스의 등기증명서.


2세 승계를 앞두고 이준호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의 증여가 이뤄질 텐데, 증여가 이뤄지기 전에 주가가 앞서 오르는 것이 이 회장 일가의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 때문에 회사가 주가 부양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일부 주주들의 주장이다.

현재 기준으론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의 지분을 모두 이 회장 본인이 보유하고 있어, 두 자녀에게 상속된 지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NHN 관계자는 "우리 회사 경영진도 크게 멀지 않은 시기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 있는데, 회사 주가가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회사 경영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 후 "글로벌 증시 침체가 심해지는 와중에 주주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NHN은 지난 5월 자사주 118억원 상당을 매입한 후 6월 중 300억원 상당 추가 매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취득한 자사주 규모는 8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보통주 1주당 1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NHN의 반기 실적은 1조 317억원, 영업이익은 207억원에 달한다. 26일 오후 현재 기준 시가총액은 약 9755억원이다. 고점 기준 시가총액은 2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주가하락과 이익 감소세가 가파르나, 인터넷섹터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그 폭이 크진 않다. 주가부양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적지 않게 매입한 자사주와 무상증자 등을 감안하면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볼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NHN 클라우드의 '쪼개기 상장'이 우려를 살 여지가 있으나, 기존 법인 주주들이 신설 법인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등 주주 입장에서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NHN과 비슷한 시기에 클라우드 부문 분할을 결정한 KT는 결정 이후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소액주주들이 내걸었던 현수막에는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 이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 사업 부문에 대한 과잉투자, 방만한 경영, 창립 이후 이어지고 있는 무배당 기조 등에 대한 불만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NHN 직원(미등기임원)들이 상반기 수령한 평균 급여는 4천14만원이다. 네이버(6559만원), 카카오(5400만원) 직원들이 수령한 평균급여와는 적지 않게 차이가 난다. 상반기 중 NHN 임직원 중 5억원 이상의 급여(상여, 스톡옵션 행사 이익 포함)보상을 받은 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이사 3인의 상반기 1인 평균 보수액은 2억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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